폐암 말기에도 면마스크 만들기 봉사 나선 문창기씨 "내 마지막 봉사"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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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3 제34면   |  수정 2020-04-03
"10년전 癌 선고후 봉사덕 버텨…따뜻한 사회 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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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문창기씨와 아내 서윤선(오른쪽)씨가 지난달 26일 구미시평생교육원 면마스크 작업실에서 작업 도중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늘 마스크를 만드는 이 일이 나에겐 마지막 자원봉사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6일 면마스크 작업이 한창이던 구미시평생교육원 207호에서 만난 말기 암 환자 문창기씨(60·구미시 선산읍). 10년 전 폐암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 등을 이어오던 문씨는 지난달 11일 국립암센터 의료진으로부터 더 이상의 치료가 힘들어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문씨는 앞이 깜깜했지만, 불과 보름 뒤 만류하던 아내를 설득해 함께 이날 구미평생교육원 면마스크 자원봉사에 나선 것.

의류관련 자영업을 했기에 면마스크 자원봉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평생교육원을 찾은 문씨는 "폐암 진단을 받고도 1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9년 전 회원으로 가입한 구미푸르지오봉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폐암 환자라는 생각보다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모습만 봐도 절로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올해 1월에는 구미자원봉사대학 6대 회장도 맡았는데, 이렇게 빨리 생을 마감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몸이 많이 좋지 않아 몸으로 하는 더 이상의 자원봉사는 힘들겠지만, 생을 정리하면서 SNS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지를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씨의 아내 서윤선씨(54)는 "몸도 좋지 않은데 마스크 제작 봉사를 꼭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나왔는데,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내 마음도 오늘만큼은 좀 편해지는 것 같다. 평소 자원봉사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했던 남편이 더 이상 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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