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이미 취소된 튤립축제 공지글 방치한 이월드 '곤욕'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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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7 17:36  |  수정 2020-04-08 07:40  |  발행일 2020-04-08 제12면
축제 강행으로 비쳐 비난 직면...'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대구'라는 게시글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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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26일까지 튤립 축제를 연다는 공지글을 올려놓은 탓에 논란이 된 대구 테마파크 이월드 공식 홈페이지의 6일자 화면. 7일 현재는 이 글을 내리고 그 자리를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대구'라는 게시글로 대체했다.<인터넷 캡처>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안정단계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대표적인 테마파크인 '이월드'가 안일한 공식 홈페이지 관리로 대구 시민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튤립이 가득한 사진을 배경으로 '대구 이월드 튤립축제 4.4(토)~4.26(일)'라는 문구가 실린 포스터가 공유되면서다.

개최 연도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이를 공유한 네티즌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지금 대구 이월드에서 튤립 축제를 한다""기획한 사람은 미쳤거나 사이코패스"라는 원색적인 비판을 내놓았다.

소식을 접한 타지역민들은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대구에서 발생한 집단확진 사례와 연결하며 "역시 대구다""대구 질린다"고 말하거나 "선거를 앞둬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도발"라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타 시도에서는 축제를 취소하는데 "대구는 축제"라며 비꼬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대구 시민들도 있었다. 자신이 이월드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월드 휴장한지 오래다. 이런 허위정보를 올리면 우리 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 모두 두 번 죽이는 것"라고 했다. 또 일부는 "어이가 없다. 타 시도 소재 테마파크는 휴장조차 하지 않는다"며 이월드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기름을 부은 것은 이월드 홈페이지였다. 당연히 '가짜뉴스'일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들은 놀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이월드 공식 홈페이지 '진행중 이벤트'에는 SNS에 공유되던 포스터를 첨부한 게시글이 올라 있었고, '튤립축제'의 이벤트 기간도 '2020년 4월 26일까지'라고 명시돼 있었던 것. 게시글을 보면 현재 축제가 한창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월드를 검색하면 '4월 한정 커플권·연간회원권·자유이용권'의 예매창이 활성화돼 있다. 구매창으로 넘어가면 '이월드 별빛 벚꽂&튤립 축제'가 적힌 포스터도 발견할 수 있어 정황상 이월드는 운영 중이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행사는 열리지 않고 있다. 현재 휴장인데다 논란이 된 튤립축제는 이미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월드는 지난 2월2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휴장에 들어간 상태고,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탓에 휴장 기간 재연장을 고심하고 있다.

'축제 강행' 소식이 문제되자 이월드 측은 7일 공지글을 내리고 그 자리를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대구'라는 게시글로 대체했다. 또 여러 SNS 채널을 통해 '각종 계정에서 이월드 축제가 진행 중이고 대구와 이월드를 욕하는 허위 및 거짓 뉴스가 올라와 바로 잡는다'는 내용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월드 관계자는 "축제는 당연히 취소했고, 강행한다는 소식은 가짜뉴스"라며 "길어지는 휴장 기간에 공식 홈페이지에 미리 예약돼 있던 축제 공지 게시 취소를 신경쓰지 못했다. 네이버 예매창은 비활성화를 요청했다. 부실한 홈페이지 관리로 인해 속상했을 대구 시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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