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서치아웃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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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7   |  발행일 2020-04-17 제38면   |  수정 2020-04-17
'n번방 사건' 떠올리는 디지털 범죄의 무서움
SNS에 공유한 평범한 일상이 범죄에 악용
행복하게 보여지는 스마트 세상의 뒷모습

서치아웃

'노량진 수호지기'라는 닉네임으로 SNS에서 활동하는 준혁(김성철). 다른 이들의 부탁을 도와주는 인플루언서지만 현실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이다. 어느 날 같은 고시원 옆방 소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가 죽기 전 고민상담 신청을 거절한 게 죄책감으로 남은 준혁은 의문을 갖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같은 고시원에 사는 경찰 시험 준비생 성민(이시언)도 함께 뜻을 모았다. 이후 두 사람은 정체불명의 메시지와 특정한 아이디가 인터넷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소녀의 자살이 연관돼 있음을 직감한 성철과 성민은 흥신소 해커 누리(허가윤)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들 역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SNS는 나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많은 사람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전파되는 등 다양한 이면이 존재한다. 영화 '서치 아웃'은 이 점에 주목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SNS에 올렸던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되고 표적이 된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디지털 범죄가 무서운 건 심리 조정만으로 상대방을 복종하게 만들고 잠재적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행동이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과 경각심을 덜 느낀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이는 성을 상품화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근의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는 사회적 외로움과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현대인은 더 깊은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져 있다. 영화 속 공범자들은 이 같은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을 범행의 타깃으로 삼는다. "SNS 속 사람들 다 깨끗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 뒷모습이 있다"는 한 공범자의 말처럼 이들을 통해 SNS가 어떻게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건 2013년 130여 명의 러시아 청소년을 연속적으로 자살하게 만든 '흰긴수염고래 게임'이다. SNS에 있는 가상 게임의 그룹에 가입해 간단한 신상 정보를 입력하면 이후 지정된 관리자가 내주는 과제를 수행해 인증샷을 보내는 게임이다. 게임 초반의 미션은 관리자가 정한 지정곡 듣기, 공포 영화 보기 등 아주 간단한 것으로 시작하지만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최종 미션이 주어진다. 결국 게임에 너무 심취한 청소년들은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이란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의미가 있고, 그렇게 당연히 밝혀져야만 하는 가치다. 하지만 때론 그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고, 오히려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다.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 공포에 천착한 접근은 시의적절했지만 이야기의 밀도와 장르적 긴장감은 다소 아쉽다. "SNS의 이면과 삶의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곽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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