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때 놓치면 허사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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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  발행일 2020-06-02 제27면   |  수정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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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일에는 때와 조화가 있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결실을 거두려면 시기가 맞아야 하고 안팎에서 서로 조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이 숙원사업을 성사시키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시점에 내부 역량과 외부 반응이 한데 어울려야 바라는 바를 순조롭게 이룰 수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두고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 통합신공항 프로젝트에는 대구경북 사람들의 오랜 염원과 미래를 향한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서 지역 살림살이를 되살리고 난관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려는 굳은 의지가 배어 있다. 다만 여러 관련 당사자들이 마음을 한데 모아야 추진력이 생긴다.

신공항은 고만고만한 인프라가 아니다. 대구경북이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고 세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고 광역·초광역협력권을 형성해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다. 실제로 이름만 대면 금방 알 만한 지구촌의 유명 지역들은 공항을 매개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두 개 이상의 지역이 초고속 교통·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호 보완관계를 형성하면서 집적경제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 본격적인 착수를 목전에 두고 멈춰 섰다. 공항 입지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지난 1월에 끝났으나, 그 이후 넉 달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있다. 주민 투표율과 찬성률에서 의성 비안·군위 소보가 앞섰고 후속 절차로 군위군과 의성군의 유치 신청에 따른 입지선정위원회 의결만 남겨둔 채 모든 것이 제자리걸음이다. 군위군이 법적 절차와 주민투표의 적용시점 등을 지적하며 우보를 단독후보지로 유치 신청하고, 의성군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비안·소보의 신청 자격을 주장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후보지역 간 갈등 상황에서 국방부가 입지선정위원회 개최를 피하다보니 그 중간에 위치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처지가 난감하게 됐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통합신공항은 단순한 대형 건설 사업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운명을 건 사투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역사(大役事)에 참여 중인 일부 자치단체는 주변을 두루두루 살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지역 경제를 살릴 획기적 뉴딜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면서도 자기 이익을 맹렬히 고수하기 위해 대립과 충돌을 불사한다. 물론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이해하자면 치열한 생존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이런 다툼을 지켜보고 아무 대책 없이 합의만 외쳐대는 중앙정부의 자세다. 대구경북은 어떻게든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일념뿐인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중앙 지원군 쪽에서는 지역의 격렬한 경쟁을 핑계 삼아 언제든지 통합신공항 사업으로부터 발 뺄 궁리를 하는 듯해서 걱정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통합신공항이 그렇다. 국방부가 입지선정위원회 개최를 하루하루 미룬 끝에 신공항 프로젝트를 무산시키거나 시기를 한참 놓치고 나서야 일을 도모한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대구경북으로서는 공들였던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지역 비전 계획에도 차질 발생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대구경북이 안에서 열심히 두드렸지만 통합신공항을 둘러싼 여러 겹의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오기는 힘겨운 게 사실이다. 이제는 밖에서 망치질할 때다.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을 살릴 것인가, 두고만 볼 것인가. 정부의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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