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은 불편조차 견디지 못해서야 어찌 협치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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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6   |  발행일 2020-06-06 제23면   |  수정 2020-06-06

어제(5일) 오전 법정시한에 맞춰 여야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시작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원(院)구성 협상 파행 등을 이유로 주호영 원내대표의 의사진행발언 직후 퇴장했다.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도 통합당 불참 속에 이뤄졌다. 어정쩡한 반쪽 개원이었다. 여권 단독 개원은 1967년 7대 국회 이후 처음이다. 기대했던 협치와 일하는 국회는 출발부터 일그러졌다.

반쪽 개원의 상당한 책임은 여당에 있다. 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한 것을 두고 '청산해야 할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몰아세운 것은 본말전도다. 형식적으로는 "오늘 회의가 적법하지 않다"며 퇴장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야당이 국회 개원에 양보한 것에 진배없다. '임기 개시 후 7일'이라는 국회법 규정에 맞춰 '하늘이 두 쪽 나도' 5일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었다. 어쨌든 야당의 전략적 양보로 여당은 '예정된 개원 일정'이란 실리를 챙긴 만큼 향후 원구성 협상에 진전된 자세를 취해야 할 쪽은 여당이 됐다.

개원이 삐걱거린 것은 부끄럽게도 자리다툼 때문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다. 민주당이 공언대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려는 것은 아닐 게다.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이 논란이다. 그중 법사위가 관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사위는 야당에 주는 게 당연하다. 작은 불편조차 견디지 못하면 협치 못 한다. 17대 국회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온 관행 아닌가. 18대 때 215석의 거대 범여권조차 그리했다. 대신 논란이 된 '법안 체계 및 자구 심사권'은 재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국회의장 직속 별도 기구에 맡기는 절충안은 검토할 만하다. 법사위가 상원(上院) 같은 위세를 누리며 온갖 개혁 입법을 좌초시켜온 과오를 부정할 순 없다. 제도적이든, 운영상으로든 개선해야 한다. 자리싸움은 그렇게 신속히 마무리 짓는 게 맞다. 그러하려면 거대 여당이 포용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한마디가 새겨들을 만하다. "힘 없는 자의 양보는 굴욕이지만 힘 있는 자의 양보는 미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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