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은 죄인가?" ...연극 '진홍빛 소녀' 17~21일 우전소극장 공연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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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6   |  발행일 2020-06-17 제20면   |  수정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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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1일 우전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진홍빛 소녀' 공연 연습 모습.


한 소녀, 아니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소외된 사람, 어쩌면 당신이 아는 그 누군가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연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17~21일 우전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진홍빛 소녀'는 진실과 진실의 외면, 개인의 고통과 타인의 방관에 대해 이야기하며 '방관은 죄인가'를 묻는다.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방관하며 많은 것에 비겁하지 않았는지, 그 불편함과 찝찝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심리와 감정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2인극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두 남녀의 사랑을 뼈대로 17년 전 방화사건의 진실공방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고아원 출신으로 15세 때 부유한 집안으로 입양돼 명문대학 교수까지 올라간 '이혁'. 그에게는 남부러울 것 없는 배경과 더불어 재벌가의 장녀이자 피아니스트인 부인까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연주회를 위해 해외로 떠난 사이, 17년 전 51명의 사상자를 낸 고아원 방화사건의 범인이자 옛 연인이었던 '은진'이 자신의 집에 나타난다. 은진은 방화죄로 감옥에 갇혀 있다가 잠시 귀휴를 나온 상태다. 예상치 못한 은진의 등장에 당혹한 이혁.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가라고 소리치던 중, 딸을 맡겨놓은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받을 필요 없어." 그리고 은진의 캐리어 안에서 들리는 이혁 딸의 울음 소리. 은진은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시간 내에 알아 맞추지 못한다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은진의 심문 끝에 이혁의 추악한 과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진홍빛 소녀는 5년 전 대학로 초연에서 관객들을 먹먹하게 했던 작품으로, 2015년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연기상, 2016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원작자로부터 작품 공연권을 허락받아 G-ART가 제작 지원하고 대구시립극단 김동찬 배우가 연출을 맡아 새로운 진홍빛 소녀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동안 프로극단에서 작품 공연권 러브콜이 있었지만 작품을 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원작을 쓴 한민규 작가의 설명이다.

김동찬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스릴러뿐 아니라 드라마적 요소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으며, 원작에 없는 이미지도 등장시킨다. 그 이미지는 연극이 시작할 때 첫 등장한 한 배우가 표현해 준다. 연극 속 주인공의 과거일 수도, 어딘가에서 버려져 있던 아이일 수도, 당신이 아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연극 속 두 주인공의 사적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아이 또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확장·확대하는 장치로 연출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던진다.
이혁 역은 대구시립극단의 배우인 김명일, 은진 역은 석효진, 원작에 없는 이미지 역은 박은경이 맡는다.

대구시립극단 배우이기도 한 김동찬 연출은 "은진 같은 입장의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존재한다. 대본이 주는 메시지가 현재도 유효하다"면서 "주인공 은진이 겪은 믿음과 배신, 그리고 상처와 방관은 지금도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진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면 곧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상이 된다. 이러한 우리의 일상에 묵직한 울림과 일침을 가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010-9595-8086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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