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국 치닫는 南北, 최후의 안전핀마저 뽑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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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8   |  발행일 2020-06-18 제27면   |  수정 2020-06-18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남한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으로 북한체제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입을 통해서다. 김 부부장은 17일 오전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담화를 내놓으면서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에게 써서는 안 될 모욕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담화 말미에는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깝다"고도 했다.

김 부부장의 이런 정제되지 않은 독설은 의도적인 것이다. 남북 위기 지수를 끌어 올려야만 북한이 원하는 '극적 타결'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락사무소 폭파는 일방적인 폭거이며, 김 부부장의 행태도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체제의 2인자로서 도를 넘은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건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평화 기조를 유지하려는 방향은 옳지만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같아 문제다. 한마디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랄까. 대북특사 파견을 제의했다가 묵살 당한 상황이다.

남북 관계가 2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청와대는 17일 "김여정 무례한 담화, 몰상식한 행위"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실제 군사행동 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상태로는 남북이 파국 직전까지 갈 수 있다. 문 정부는 상황별로 대처하되 북측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어쨌든 '최후의 보루'는 있어야 한다. 그 보루는 '남북 정상의 대화'일 수도,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비록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남북 모두 최후의 안전핀마저 뽑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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