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식물국회, 위기의 한반도는 보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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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9   |  발행일 2020-06-19 제23면   |  수정 2020-06-19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잇단 공세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통지문에서 북한 정권의 행동과 정책에 대해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비핵화 진전 없이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한층 커 보인다. 코로나 국난과 민생 위기에 더해 안보마저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위기에 대처할 때지만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임의로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이 상임위원 사임계를 제출하며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의회 폭거를 진행한, 대한민국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회의 파행운영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여당에 없다고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게 상임위 선택이다. 의정활동의 성과가 상임위에서 나타난다. 전문성과 지역구 사정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상임위로 가기 위해 경쟁이 벌어진다. 당 지도부는 국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재적소에 의원을 배치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박 의장이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배정해 놓고 재량권을 발휘했다고 했다. 권한 남용에 가깝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에게 가장 큰 권한을 빼앗아버리고, 의회 정상화에 하루빨리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몰염치에 가깝다. 민주당은 19일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예결위 등 통합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여당 의원들로 채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위기의 한반도를 눈 앞에 두고 협치가 실종된 데 여당의 책임이 만만찮다.

원 구성을 다수당이 독점하겠다는 건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위험한 시도다. 박 의장과 민주당은 독단적 국회 운영에 사과하고 의회 정상화와 국난 극복에 야당과 함께 나서길 바란다.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된 개별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취소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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