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듯 펼쳐놓은 이상향…마음의 눈으로 보는 花園

  • 이은경
  • |
  • 입력 2020-06-26   |  발행일 2020-06-26 제16면   |  수정 2020-06-26
<인터뷰>개인전 여는 차규선 화가
대구신세계갤러리서 7월13일까지

2020062301000804800032831
차규선 '花園'
차규선작가

10년만의 귀환, 기다림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다시 만난 그의 그림엔 나무가 울창했고, 꽃이 만발했다. 무엇보다 아.름.답.다. 그 깊은 풍경 속으로 우리는 꿈을 꾸듯 이끌려간다. 작가 차규선〈사진〉이 그려낸 '화원(花園)'이다.

도자기흙 섞은 안료를 물감으로
인간·자연 조화로운 공존 그려
"내가 꿈꾸는 그림의 세계 담아"
다음달 13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대구신세계갤러리는 7월13일까지 차규선 개인전 '화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10여 년 만에 열리는 차 작가의 개인전이어서 특히 의미가 깊다.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 15여 점과 500호에 이르는 대형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를 준비한 대구신세계갤러리 측은 "그동안의 차규선 작가가 걸어온 작업 활동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원'은 작가가 꿈꾸는 이상향에 관한 전시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화원'을 그렸다고 한다. 인간과 자연, 남녀노소, 만물이 함께하는 평탄한 세상을 이상적인 세계로 바라보며 그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의 고향인 경주 남산과 가창, 하동, 냉천, 안동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마음에 담은 풍경이다. 작품은 언뜻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인다. 인위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더없이 자연스럽다. 본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그날의 장소, 시간, 감정 등이 투영된 마음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차씨만의 독특한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분청회화'의 기법이 한 단계 더 발전한 것도 의미있다.

'차규선표 분청회화'는 분청사기의 제작과정과 유사하다. 일단 분청사기 제작에 쓰이는 도자기 흙인 회색 또는 회흙색의 태토를 고착 안료를 섞어 캔버스 표면에 바른다. 그 위에 백색의 아크릴 물감을 큰 붓으로 전체적으로 덧칠한 뒤 아크릴 물감이 굳기 전에 나무 주걱이나 나뭇가지 또는 부러진 붓 등을 이용하여 형상을 그리거나 긁어내 직관적이고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예 안료에 도자기 흙을 섞어서 물감처럼 사용했다. 흙과 물감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특유의 질감이 화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가루 물감을 흩뿌리기도 하고 물을 뿌려 번짐효과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효과도 더했다.

"가장 자연적인 재료인 '흙'을 사용하는 작업 방식은 조화로운 '화원'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나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의 풍경이 창작의 고향이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풍경은 내가 꿈꾸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그림의 세계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함께하는 세상이다. 자연은 인간을 품고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세계, 꾸밈이 없는 천의무봉의 화원을 그렸다."

매화꽃과 생강꽃,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풍경에는 그곳을 찾았을 때의 작가의 심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가 그의 그림을 마음의 눈으로 아주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까닭이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