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기억학교 소장 윤혁진씨 "고맙다며 손 잡아 줄 때 월급 두 번 받는 기분이죠"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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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1   |  발행일 2020-07-01 제13면   |  수정 2020-07-01
사회복지사 17년차
"남 돕는일 힘들지만 보람 느껴
효성기억학교 주간보호 서비스
어르신들 많이 이용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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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기억학교 윤혁진 소장(왼쪽)이 직원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 호박죽, 얼갈이 물김치, 잡채 등 밑반찬을 조리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월급을 두 번 받는다. 25일에 월급을 받고 또 한 번은 어르신이 손잡아주는 월급을 받는다. 두 번째 월급 덕분에 힘들어도 버틴다."

사회복지사 17년차 윤혁진(44·효성기억학교 소장)씨는 아내 한신영(41·황금종합사회복지관)씨와 부부 사회복지사다. 윤 소장은 처음에는 대학 건축학과를 선택했다. 아버지가 건축하는 분이라 자연스럽게 선택했지만, 적성에 너무 안 맞아 1년 만에 자퇴하고 입대를 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수능을 다시 본 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96학번이었던 윤 소장은 02학번인 동기들과는 6년 차이가 났다.

사회복지과는 졸업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실습제도가 있었다. 3주 동안 실습하면서 그때 재가 복지 담당자였던 김창환(대구 함지복지관장)씨를 처음 만나게 된다. 윤 소장은 김씨를 만나면서 사회복지사는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청년인턴으로 6개월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같은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아내를 만나고 이후 1급 사회복지사가 된다.

장애인복지관에서 6년, 교육복지사 1년, 대구 수성구청에서 1년 근무한 뒤 북구 함지복지관에서 다시 김창환 관장을 만나 함께 일을 했다. 함지복지관 사무장(5년)직을 거쳐 지금은 사회복지법인 효성복지재단 효성기억학교(북구 구암로) 소장이 되었다.

윤 소장이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장애인 부부 댁에 달려갔더니 형광등을 갈아 달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이걸로 40분을 달려 와야 하나 싶었지만, 시각장애인 남편과 뇌 병변 장애가 있는 아내, 이들 부부에게는 아주 심각하게 큰일이었다. 형광등을 갈아 놓고, 온 김에 무거운 것을 옮기고 집안 이곳저곳을 손봐 드렸다. 이들 부부는 볶음밥 두 그릇을 시켜 놓고 윤 소장에게 한 그릇, 남은 한 그릇은 부부가 나누어 먹었다. 뭘 받아먹거나 하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볶음밥을 맛있게 먹어줘야 할 것 같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날 볶음밥의 힘이 지금까지 그를 버티게 해 준 것이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상담도 하고 청소도 해드리고 병원도 같이 가 드린다. 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어르신이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시고, 김치 한 접시에 밥 한 그릇 차려서 먹으라고 할 때, 우리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윤 소장은 재가 업무 할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회복지사는 출근해서 어르신들 수발들고 나면 오후 4시다. 그때부터 행정업무를 봐야 한다. 야근이 허다하다. 사회복지사니까 희생해야 된다는 인식이 안타깝다.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는 윤 소장은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재미없으면 월급 받는 사람이 되지만, 재미있게 일을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 10개 중 8개는 하기 싫더라도 1개 정도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윤 소장은 강조한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윤 소장은 정형화된 길이 아닌 항상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2014년), 대구시장 표창(2018년) 등 수상경력도 있다. 윤 소장은 직업은 못 속인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윤 소장은 직원들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 호박죽, 얼갈이 물김치, 잡채 등 밑반찬을 조리해서 40명의 어르신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배달하고 별일이 없는지 확인하고 온다. 아이를 기다리는 교장 선생님처럼 개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효성기억학교는 경증 인지장애 어르신을 위한 주간 보호 서비스 및 전문 프로그램 제공 기억학교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꼭 알려서 주간 보호센터에 가기 전 요양등급이 없는 어르신이 많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돌봄이 필요한데 요양등급이 없는 분, 치매약을 복용하고 계신 분, 치매 초기 증상이 있어서 가정에서 보살피기 힘든 분들이 오는 곳이다.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증상을 늦추어 주는 곳이 효성기억학교다. (053)327-0222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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