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KBS1 오전 7시50분)
군산에 자리 잡은 실향민 오영두(85) 할아버지와 공원자(82) 할머니 부부는 우리 비극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운 좋게 온 가족이 피란민 배를 탈 수 있었던 공원자 할머니와는 달리 고향에 어머니와 두 동생을 남긴 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월남했던 오영두 할아버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는 가 볼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이런 할아버지를 보듬고 위로하며 함께해 준 사람이 공원자 할머니였다. 피란민촌에서 만난 아버지들 소개로 얼굴도 못 본 채 백년가약을 맺었던 두 사람. 8남매를 낳고 다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기댈 곳 하나 없던 두 사람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8남매를 굶기지 않기 위해 지독하단 소릴 들을 만큼 밤낮없이 일하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제 여든다섯, 여든둘. 그만 쉬며 여생을 즐겨도 좋으련만. 부지런함이 몸에 밴 부부는 여전히 캄캄한 갯벌과 새벽시장을 누비며 현역의 삶을 놓지 못한다. 여전히 자식들에게 든든하고 편안한 그늘이 되어주고 싶어서다. 이제 그런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서로의 변치 않는 '고향'이 된 부부의 삶을 함께한다.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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