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희망호소인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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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4   |  발행일 2020-08-04 제26면   |  수정 2020-08-04
자기이익 진영논리에 빠져
국민을 위한다고 외쳐본들
눈밖에 나는 것은 시간문제
반성하고 고치는 정치에서
국민들은 희망을 발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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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동부지역본부장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코로나19 이후 그나마 잦아진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정도만 가끔 안식을 느끼게 해 줄 뿐, 가만 놔둬도 힘든 삶은 점점 더 찌들어간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나라를 들쑤시는지 취지도, 의도도 당최 짐작하기 어렵다. 초가삼간 다 태워서라도 빈대를 잡겠다는 객기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암세포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환자가 죽으면 아무 의미 없다.

우리나라 정치는 확실히 연구대상이다. 물론 역대 정권의 성격이나 여야 전투력에 따라 특성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비슷하다. 좌우 구분도 필요 없고, 지역을 따질 이유도 없다. 아무리 인풋을 다르게 하더라도 아웃풋은 거의 동일하다. 청사진을 보고 찍었는데 들이미는 성적표는 맨날 잿빛 아니면 검은색이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반복된다면 속은 사람이 바보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이 잘 돌아간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허구한 날 쌈박질에다, 개인적인 비리나 허물이 드러나면서 언젠가부터는 '신뢰'라는 단어조차 갖다 붙이기가 민망해지고 있다. 여야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라는 립서비스로 분칠을 하지만 정작 위하는 건 자기이익과 자기진영이다. 먹고살기 바쁜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외면할수록, 열성지지자들의 지원사격이 거세질수록 자신들의 입지와 운신의 폭은 커진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 잘 안다.

요즘 들어서는 임명직 뉴스메이커까지 등장해 연일 뉴스분량을 씹어먹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엄청나게 많은 부동산 관련법안들을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등 자신감인지, 오만인지 모를 거대 여당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런 가운데 "명을 거역했다" "소설을 쓰시네" 등과 같은 법무부 장관의 거친 말은 거북함을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당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야당 국회의원들도 엄연히 국민이 선출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건지, 대놓고 무시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사극이나 시트콤에 나올 법한 그런 언급에는 자리가 가지는 권위도, 지도층이 가져야 할 품위도, 국민에 대한 예의도 찾을 수 없다. 내 편만을 위한 마이웨이를 외치고 저지를 수 있는 기저에는 약해 빠진 데다 전략도, 행동력도 별로 없어 보이는 야당의 존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는 동안 위력에 따른 성희롱·성추행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고소한 여직원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가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세상 무엇보다 절실하고 절박했을 텐데, 표현이 참 생뚱맞고 신박하다. 누가, 무엇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고 쥐어짜고 비틀어서 만든 말인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것도 무엇이든 까만색으로 만들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정치판 스킬인가.

정책이든, 언행이든, 인사든 뭔가가 잘못됐다 싶으면 반성도 할 줄 알고 되돌릴 줄도 알아야 발전이 있다. 무릇 정치는 그래야 하고, 이는 공직자의 덕목이기도 하다. 뇌피셜에 빠져들면 자기만족일 순 있어도 절대 균형과 화합을 이룰 수 없다. 혈세를 받아서 정치를 클럽활동처럼 하면 국가와 국민이 너무 불쌍하고 서글프지 않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집값이 껑충 뛰면서 웃는 사람보다 우는 사람이 몇 곱절 많아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정말로 희망을 보고 싶어 한다. 얍삽한 핑계나 변명은 분노를 유발한다. 기준과 잣대를 바꾸려 들면 화를 자초한다. 지금이라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진실된 희망을 보여준다면 희망호소인으로 불려도 좋다. 국민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다.
장준영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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