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과민 치아' 원인과 치료법...칫솔질만 잘해도 시린이 예방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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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07:42  |  수정 2020-09-01 08:00  |  발행일 2020-09-01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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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칫솔질 등으로 치아 마모
잘 때 이 갈고 꽉 깨무는 습관 영향
탄산음료·산도 높은 음료도 요인

올바른 칫솔질·정기검진이 최선책
치과 상담 후 불소치약 등 보조사용
오래되거나 강한 모 칫솔 사용 말아야


직장인 김모(49)씨는 여름철이면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올해는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달달한 유혹보다 치아가 시릴 것이란 두려움이 더 큰 탓에 먹을 때마다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년 전부터 아이스크림 등을 먹을 때 치아가 시린 경험을 했지만, 증상이나 발현 횟수도 많지 않아 그냥 넘어갔는데 이제는 먹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병원에서 좀 더 일찍 왔으면 큰 어려움 없이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잇몸이 너무 많이 상한 상태여서 치료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치과를 찾아오는 환자 2명 중 1명 이상은 치아가 시린 경험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예방·관리법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특히 시린 이는 생활습관만 바꿔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생활속 작은 실천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린 이의 원인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얼음물과 아이스크림 등 무더위를 잊게 해줄 먹을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남모를 고통으로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린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얼음물을 마시거나 신 과일을 먹을 때 치아가 시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일시적인 증상은 대부분 정상적인 것이라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다. 하지만 시린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를 '지각 과민 치아'라고 하고, 증상의 경중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격에 의해 치아가 금이 가거나, 충치 혹은 충전물이 떨어져 나간 경우가 아니라면 시린 이의 주원인은 '치근의 상아질 노출'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정상적인 치아는 법랑질(Enamel)과 백악질(Cementum)로 덮여 있고, 그 안쪽에 상아질(Dentin)이라는 다소 무른 조직이 존재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거나 치주질환으로 잇몸이 퇴축돼 치근 표면이 노출되면 치근 표면의 백악질은 법랑질보다 약해 잘못된 양치질 등에 의해 쉽게 마모된다. 법랑질이나 백악질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상아질이 구강 내로 노출되면 상아질 전체에 걸쳐 분포하는 상아세관들이 외부로부터의 각종 자극을 바로 치수로 전달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잘 때 이를 갈거나 이를 꽉 깨무는 습관도 상아질을 노출시킬 수 있다. 치아의 제일 안쪽에 있는 치수(Dental Pulp)는 신경과 혈관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이곳에 불필요한 과다 자극이 전달될 경우 치아가 시린 경험을 하게 된다.

시린 이는 충치가 있어야만 동반되는 증상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시린 이가 생기는 이유는 충치·잇몸병을 비롯해 식습관·양치질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즉 충치 등 세균으로 인한 화학적 손상보다 잘못된 생활습관에 따른 물리적 손상이 시린 이의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이처럼 시린 이를 부르는 요인은 많지만, 이런 증상까지 나오게 만드는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잘못된 양치질이다. 제대로 된 양치질 방법을 누구나 알지만, 잘못된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개운한 양치질을 위해 상하가 아니라 힘을 주어 좌우방향으로 치아를 닦는 것이다. 이는 치아를 빨리 마모시키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또 탄산음료와 산도가 높은 음료도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시린 이 치료는

시린 이 치료는 노출된 상아세관의 입구를 막아 치수로의 불필요한 과다 자극이 전달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한번 파괴된 치질은 재생되지 않아 단순히 먹는 약이나 치약 선택만으로는 시린 이를 치료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법랑질과 백악질의 파괴 정도, 시리거나 아픈 정도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법랑질 및 백악질의 파괴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노출된 상아세관의 입구를 막은 후 치태(플라크)를 조절하면 대개는 증상이 사라진다. 문제는 법랑질 및 백악질의 파괴가 심한 경우다. 이렇게 심하면 잇몸과 치아의 관계가 악화되어 치주질환이 동시에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아 형태를 수복하고 노출된 상아세관의 입구를 막는 것이 좋다.

지각 과민 치아는 대개 송곳니와 작은 어금니 등 잘 보이는 부위에 발생하는 만큼 먼저 잇몸 치료를 한 뒤 접착성이 강하고 추가 삭제를 최소화하는 복합 레진 계통의 충전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간단히 상아세관을 막거나 치아형태를 회복시키는 경우에는 시술과정에 별다른 통증 없이 30분 내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간혹 치아에 자극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치수 신경이 손상됐거나 치아 전체에 금이 간 경우는 치아 신경 치료를 시행한 뒤에 치아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금관(gold crown)을 씌워야 하는 탓에 수차례 더 병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치아와 치아 사이 인접면에 충치가 생긴 경우도 처음에는 시릴 수 있는 만큼 엑스레이(X-ray)촬영으로 감별해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황상희 교수(치과)는 "지각 과민 치아의 예방은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올바른 칫솔질은 잇몸질환도 동시에 예방할 수 있어 특히 중요하다"면서 "치과의사와 상담을 통해 불소가 들어있는 치약이나 구강 세정제 등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시린 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과에서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양치질 방법을 배우고, 너무 오래되거나 강한 모의 칫솔은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황상희 계명대 동산병원 치과 교수

<올바른 칫솔 사용법>

- 양치 후 칫솔모 사이 벌려 이물질 제거하기
- 온수나 끓인 물로 칫솔을 가볍게 헹구기
- 칫솔을 충분히 건조 후 보관하기(2개 칫솔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것도 방법)
-칫솔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주기
- 화장실 내 변기 가까이에 칫솔이 있을 경우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기(회오리 형태로 내려가는 변기 속 물방울은 반경 6m 정도까지 튈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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