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행 접고 촬영 멈추고…영화계·방송가도 '팬데믹'

  • 윤용섭
  • |
  • 입력 2020-09-12 08:05  |  수정 2020-09-12 08:15  |  발행일 2020-09-12 제16면
코로나로 영화 배급방식 변화
'뮬란' 美서 OTT 통해 서비스
극장 중심 생태계 새바람 예고
국내 방송사도 적지않은 타격
예능·드라마 제작일정 줄연기

2020091001000365500014121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 배급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 초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배급 방식을 선회한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 시장의 뜨거운 화두가 된 바 있는데, 디즈니 영화 '뮬란' 역시 미국에서 극장 개봉 대신 자사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서 지난 4일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당초 3월 개봉을 예정했던 '뮬란'은 북미 극장 대부분이 셧다운되면서 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OTT 직행을 택했다. 디즈니 측은 팬데믹 상황에서 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일회성 고육지책임을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번 방침이 극장 영화의 공개 방식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었던 국내 방송가 상황도 전한다.

◆극장 개봉 시스템 큰 변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뮬란'은 전 연령대의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극장이 기대하는 수익도 컸다. 타깃 관객층만 놓고 볼 때 최근 개봉한 '테넷'보다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디즈니의 기대감과 자신감도 높은 편이었는데, '뮬란' 개봉 일을 세 번째 연기할 때까지만 해도 디즈니 측 고위관계자는 "'뮬란'은 극장 경험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아름답고 거대하며 감동적인 영화이니만큼 반드시 커다란 스크린에서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비만 2억달러 이상이 들어가고 P&A 비용만 수백만 달러가 투입된 영화를 마냥 놀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개봉 예정이었던 '테넷'이 연거푸 개봉 일정을 미룬 끝에 8월26일 개봉을 강행한 이유다.

'뮬란'은 한국(17일)을 포함해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극장 개봉을 진행한다. 그 외 국가들은 디즈니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서만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비슷한 이유로 넷플릭스를 택한 '사냥의 시간'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만, 앞서 VOD 직행을 택한 유니버설의 '트롤: 월드 투어', 워너 브라더스의 '스쿠브' 등과 달리 디지털 대여 이윤을 오롯이 디즈니가 가져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때문에 영화 관계자들은 디즈니의 이번 결정을 다른 각도에서 주목한다. 극장에서 독점 개봉할 예정이었던 영화에 소비자들이 얼마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뮬란'을 시작으로 개봉을 미룬 작품들의 스트리밍 플랫폼 직행을 고려해 적절한 금액과 방식 등을 산출해보겠다는 것이다. 만약 '뮬란'의 OTT 직행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온다면 이 같은 개봉 방식이 결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사실 디즈니에 앞서 미국 극장 체인 1위 AMC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90일로 책정된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17일로 단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극장 개봉 모델을 둘러싼 큰 변화였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와 유니버설스튜디오 간 홀드백(Hold Back)이 90일에서 17일로 줄어들며 영화 산업이 극장 중심에서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영화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영화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글로벌시장 확대와 영화 신기술 육성이 필요하며 충분한 재원 확보를 통해 영화 생태계 전 분야에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방송사들, 제작 일시 중단

코로나19는 영화계뿐 아니라 국내 방송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겼다. 일부 드라마와 예능 촬영이 '올스톱'되거나 연기된 가운데 넷플릭스마저 한국 콘텐츠 제작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정재와 박해수가 출연을 확정한 '오징어 게임' 촬영이 지난달 22일부터 약 한 달간 중단됐다. JTBC가 제작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는 학교 배경의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도 제작을 멈췄다.

넷플릭스는 "국민 안전을 위한 정부의 권고 사안과 한국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진의 안전을 위해 모든 콘텐츠 제작 일정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며 "향후 상황에 따라 제작의 진행 여부가 영향을 받겠으나 창작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KBS, SBS, CJ ENM, JTBC 등 국내 방송사들도 드라마와 예능 제작을 일시 중단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촬영 중단이나 결방 시 손해가 막심하지만, 최대한 방역을 강조하며 촬영을 유동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MBN 새 음악 경연 예능 '인생역전 뮤직게임쇼-로또싱어'는 첫 방송 날짜를 기존 19일에서 다음 달 13일로 미뤘다. SBS는 일요일 예능 '집사부일체'와 '런닝맨'의 촬영을 취소했고, 앞서 tvN은 '서울 촌놈' 촬영을 지난달 31일까지 중단한 바 있다. KBS도 '1박2일' 제주도 편 촬영을 취소해 2주간 공백이 발생했고, 신작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 '오! 삼광빌라' '비밀의 남자' 등도 촬영을 잠정 중단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윤용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