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코로나 아이들'…돌봄 공백으로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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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1   |  발행일 2020-09-21 제27면   |  수정 2020-09-21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을 내 화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진 인천의 10세, 8세 초등학생 형제 사연은 코로나19 속 '돌봄 공백'의 위태로운 현실을 부각시켰다. 평소라면 학교에 갔어야 할 시간에 '인천 형제'는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집에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우울증 증상을 앓던 어머니에 대해 '자녀를 방임한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구청에 접수됐다고 한다. 그러나 당국은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 언택트 시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돌아간 것을 보여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정 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아동 학대 법률을 강화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약 80%는 부모이며, 아동학대 사례 중 약 10%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아동이 집에 복귀한 후 다시 학대를 받는 재학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정 학대 피해 아동의 가정 복귀 검증 절차 강화와 그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공감 가는 지적이다.

코로나 돌봄 대책은 부모가 아이를 돌본다는 가정하에 '돌봄 휴가 연장'이나 '가족 돌봄 비용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한 부모 가정 등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교직원·지자체 등 외부인이 가정을 대면 방문하기 힘든 시기에 가정 내 폭력은 이어지고 있다. '문제 가족'들과 온종일 집에 함께 있는 아동들은 재범이 두려워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아동센터 등 돌봄시설의 이용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위기 상황에 처한 가정과 취약계층 등에도 돌봄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당장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 1학기 미비했던 쌍방향 수업을 활성화해 끼니는 어떻게 챙기는지, 집에 위험요인은 없는지 등을 보다 촘촘히 챙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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