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사과만으론 안돼… 南 추가조사 요구에 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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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  발행일 2020-09-28 제27면   |  수정 2020-09-28

청와대가 서해상 실종 공무원의 피살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추가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공동조사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북측이 통지문을 통해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 정부가 파악한 정보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종 공무원과 북한군의 접촉 시점, 월북 시도 진술 여부, 시신 소각 여부 등에서 양측이 밝힌 설명이 달라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21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남북이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 정신을 훼손한 만행이다.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한 여러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남한 내 여론이 악화한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마저 거세다. 미국의 한 대북 인권단체는 "비인륜적 살해행위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비난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들끓는 국내외 비난 여론 때문인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이고도 신속하게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 이후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달라졌다. 공무원 사살과 시신 훼손 의혹을 규탄하는 '국회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위원장의 사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김 위원장의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요구하기로 한 추가조사, 나아가 공동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 "'김정은 찬스'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 시도한다면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을 결코 흘려들어선 안 된다. 북한도 남측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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