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 경북 안동 병산서원서 득호식

  • 조경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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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4   |  발행일 2020-11-18 제11면   |  수정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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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호식을 가진 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경북 안동 병산서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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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득호식을 마친 후 다과를 즐기고 있다.

"광대무변 대우주의 절경 앞에 항하사의 인연으로 득호식을 거행하며 우리들의 우정과 옛것을 사모하는 열정을 간직하여 영원을 꿈꾸는 시공의 여행자로 이생에서 이별하더라도 세세숙생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다시 만나기를 맹세하며 아뢰나이다."

지난 5일 영남내방가사연구회(대구여성박약회·유림단체) 회원 14명이 경북 안동 병산서원 인문학 캠프에 참가해 득호식(得號式)을 가졌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캠프에서 회원들은 선조의 공부법과 서원교육을 이해하고 병산서원~하회마을을 잇는 유교문화길(선비길)을 걸으면서 선비정신을 체험했다. 또 서원의 예절을 배우고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득호식은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진행됐다. 의복을 갖춰 입은 회원들은 천지신명과 병산의 수호신 앞에서 경건하게 식을 거행했다. 혜완 장향규씨가 김동기(88)씨에게 청곡(靑谷), 이만식(80)씨에게 가화(佳禾), 조명자(75)씨에게 남헌(南軒), 이용순(74)씨에게 은림(隱林), 김숙희씨에게 문경(文耕), 박송애(55)씨에게 은원당이라는 호를 각각 지어줬다.

장향규씨는 호의 의미를 하나 하나 설명했다. 가화는 벼 이삭 중에서도 가장 크고 충실함을, 남헌은 모임의 중심이 되는 분을 뜻한다고 했다. 또 청곡은 초년에 혼자 되어 절개를 지키며 살아온 인고의 세월을 표현한 것으로 아주 그윽하고 유현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가화라는 호를 받은 이만식씨는 "귀한 곳에 왔더니 득호식까지 겹쳐 아주 즐거웠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주부가 무슨 호가 필요하나 했지만, 이번은 기꺼이 받았다. 세월이 좋아져서 여성이 병산서원에서 잠을 자기까지 하니 우리도 영광이다"며 즐거워했다.

득호식에선 또 내방가사연구회 권숙희 회장이 지은 득호경축가(得號慶祝歌)를 이홍자씨가 쓰고, 최정숙씨가 낭송해 의미를 더했다. 경축가는 '대구여성박약회 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님들/ 전에 없던 안성맞춤 호 하나씩 가졌으니/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듯 좋은 글을 짓고 쓰고 낭송하기 더욱 즐겨/ 위대한 글 세계가 열리기를 축원하며/ 선생님 인생의 절정에서 새로운 호 받으심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병산서원 관계자는 "호는 시·문·서·화 작가들이 쓰는 아호와 집이나 집주인을 부르는 당호가 있다. 예로부터 아호나 당호를 자신이 스스로 짓기도 했지만 부모나 친구, 스승이 지어 주기도 한다"며 "사당에서 득호식을 거행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병산서원 인문학 캠프에 참여한 회원들은 이날 밤새 야화(夜花)를 즐기며 투박진 사투리와 젊은이들은 알아듣기 힘든 언어로 밤 깊도록 담소를 즐겼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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