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무제(대구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코로나19 고난이 주는 유익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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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3   |  발행일 2020-12-04 제20면   |  수정 2020-12-03
조무제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 펜데믹(pandemic)의 깊은 늪에 빠져 있다. 일상이 멈춰버린 어둡고 긴 터널 속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을 회복할 날만 그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거리를 다닐 수 없고 대화도 할 수 없는 불편함도 크지만, 그보다 이로 인한 경제 침체와 소비 둔화로 말미암아 저소득층과 소상공인들은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고난의 시기를 살아내고 있다.

 

1952년 한국전쟁 중에 태어난 필자도 어릴 때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같은 후진성 전염병이 나돌 때마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번 같이 전염병이 오래도록 괴롭히는 혹독한 경험은 일평생 처음이다. 


성경에는 '고난이 주는 유익'을 소개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모세, 다윗, 요셉 등 특히 '욥'은 시험과 고난을 통과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래서 '고난은 유익'이라는 한편 이해되지 않는 말씀(시편119편71절)을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사실 필자도 코로나19 시기에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서 대구지역 1천600여 교회 방역 실무책임자로 힘들게 대응하면서 코로나19가 고난과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유익도 주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첫째, 자신과 주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익이다.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이웃과의 경쟁 속에 살다보니 나 자신과 이웃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일상이 중단되면서 비로소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특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고 저들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랑의 마음까지 생기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유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구에 산재한 작은 임대교회 역시 건물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을 때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대형교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로부터 십시일반으로 5억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아 방역의료진과 재해종사자 성금전달과 함께 500개소 가까운 어려운 교회를 지원했던 것도 고난이 준 또 다른 유익이라 하겠다.


둘째, 사회의 명암이 드러나는 유익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일부 교회와 교인이 저지른 잘못으로 말미암아 교회와 기독교가 함께 비난을 받고 있어 매우 가슴 아프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시민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집단 발생한 장소가 바로 신천지대구교회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민들은 신천지교회와 일반교회의 구분이 어렵다 보니 그냥 교회에서 집단 발생한 것으로만 치부되고 이로 말미암아 대부분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는 대구의 일반교회들도 함께 욕을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고난 속에서도 감사한 점이 있다. 그동안 실체를 잘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려웠던 신천지교회의 면모와 실상을 바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갑자기 TV보급이 부족했던 60년대 어린 시절 라디오방송을 통해 '절망은 없다'란 프로그램을 즐겨들었던 기억이 난다. 방송 멘트가 이렇게 시작한다. "폭풍이 지난 들에도 꽃은 피고, 지진에 무너진 땅에도 맑은 샘은 솟는다." 지금 이 시기에 왜 배고팠던 그 시절 '절망은 없다'란 말이 새삼 가슴 깊이 다가올까.
조무제<대구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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