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혜인(慧人)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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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4   |  발행일 2020-12-04 제23면   |  수정 2020-12-04

얼마 전 대구시 서구에 있는 모 정형외과에 치료차 들렀다. 진료받는 환자 대부분이 노인들로,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참 많이 변했다. 과거엔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이 골절로 찾았다. 최근 노화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역노화 원천기술’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소원이지만 쉽지만 않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지실까"라는 송강 정철의 시조가 학창시절 어린 마음에 쏙 들어왔다. 경로효친(敬老孝親)의 백미라 했건만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제 자식에게도 효도를 요구하다간 무안을 당하기 일쑤다. ‘틀딱’이니 하는 노인네 비하 발언이 나오고 65세 이상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임승차에도 입을 댄다. 국가적으로 노인층을 부양하기 어렵다 보니 이해가 간다.

지난 3분기에 합계출산율이 0.8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무려 100조 원 이상을 퍼부어도 출산율은 내리막길이니 항우장사가 달려들어도 해결이 어렵다. 암울하게도 5년 내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단체에선 ‘노인’이라는 말 대신 ‘혜인(慧人)’으로 부르기로 했다.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말처럼 노인들의 지혜와 경륜을 활용하자는 뜻이다. 사회 분위기가 어떻든 간에 노인 개인의 여생은 자신이 할 바에 달렸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소설 ‘파우스트’를 죽기 1년 전인 81세 때 완성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아서 루빈스타인은 89세 때 카네기홀에서 그의 일생 중 가장 성공적인 독주회를 가졌고, 버나드 쇼는 93세 때 희곡 '억지우화'를 저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노인을 대상으로 애를 먹이지만 까짓것 오래 가겠는가. 개인방역 수칙 철저히 지키다 보면 꽃피는 봄날은 온다. 어깨를 쭉 펴고 힘을 내시라. 혜인 만세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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