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리 쏟아져 나온 50만 수험생…코로나 재확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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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4   |  발행일 2020-12-04 제23면   |  수정 2020-12-04

초유의 '코로나 수능'을 치르느라 수험생들이 대단히 수고했다. 2021학년도 수능 수험생들은 1년 내내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은 특별한 세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수능 문제가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 중심으로 출제된 것은 합리적 선택이었다. 민찬홍 출제위원장이 "초고난도 문항은 피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한 말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험 감독관 및 수험생 중 일부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가 발생했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국가 대사를 치른 것은 천만다행이다. 지난 4월 21대 총선 때처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른 한국의 수능을 전 세계가 주시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능 이후'가 수능보다 더 중요하다. 어제 시험에서도 감독관이나 현장 지원 인력 중 무증상 혹은 잠복기 환자가 있을 수 있다. 수험생들이 일제히 학교 밖으로 나오는 것도 걱정이다. 수험생이 49만 명이나 된다. 한순간 방심했다가는 대폭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의 '수험생 마케팅'도 불붙었다. 헬스장, 의류점, 식당은 물론 10대들이 주로 찾는 룸카페, 노래연습장 등은 각종 할인 혜택으로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도 좀처럼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긴박한 상황이다. 수능 이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 층 사이 무증상 전파가 3차 유행 장기화의 주요 원인이 될 위험이 크다. 방과 후 통제도 문제이지만 곧 이어질 논술, 면접 등도 조마조마하다. 수시 전형 대학별 고사가 진행되면서 타 시·도로 이동이 잦다.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다.

수험생 개개인의 방역 노력이 첫째이다. 수능 이후 거리나 다중이용 시설이 아닌 집에서 건강한 재충전 시간을 보내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그동안 고생한 것은 이해하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수능 이후를 설계하기를 바란다. 뒤풀이, X마스 파티, 송년회는 되도록 자제하는 게 맞다. 수능 직후 긴장감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우리의 방역역량을 벗어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이번 주말이 중대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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