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미래세대가 걱정이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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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7   |  발행일 2021-02-17 제26면   |  수정 2021-02-17
전쟁중에도 열었던 학교 문
코로나로 올해까지 닫으면
미래세대 빈부 세습화 악화
그들 성장 발전 위한 곳부터
체계적 배려·자원 배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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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우리 사회는 코로나 사태의 확산을 막고 그 사회경제적 충격을 줄이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미래세대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너무 부족하다. 한창 성장을 하여야 할 미래세대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장기간 방치된다면 미래세대는 기성세대와 단절될 것이며 미래를 개척해나갈 역량과 에너지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방역의 가장 쉬운 조치는 학교 문을 닫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작년에 처음 취학한 아동들은 학교를 어쩌다 한 번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들 이름도 모르고 한 해를 보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친구 등과 어울리면서 사회화하는 곳이다. 올해에도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학생들은 2년 동안 사회화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한창 성장하는 세대에게 2년의 공백은 너무나 크다.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사이에 부모세대의 빈부격차는 미래세대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환경이 좋은 학부모들은 그룹을 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놀이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반면에 맞벌이를 하고 있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다. 부모 세대의 빈부격차가 미래세대로 세습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더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대학생들도 충격을 받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대학생활을 못하게 된 신입생들은 수험서를 붙잡고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고 인턴이나 아르바이트할 곳도 쉽게 찾지 못한다. 좁아진 취업문 때문에 사회진출을 못 하는 학생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많은 대학생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어 인구절벽 현상이 가시화되는 것도 큰 걱정이다. 작년도 출생자수는 27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2000년도 출생자수가 63만명이었고 현재 대학입학정원이 5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금년도와 내년도에는 출산율이 더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인구절벽 현상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이제 미래세대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먼저 학교를 열어야 한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맞대고 앉는 술집과 음식점은 열게 하고, 학교 문은 닫도록 하는 것은 힘없는 미래세대의 아우성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기성세대보다 방역 수칙을 더 잘 지키고 있다. 학교가 코로나 전파의 중심이 된 적은 별로 없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교원노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학력과 사회성 성장의 절름발이 현상을 막기 위해서 학교를 열겠다고 선언하였다. 우리는 전쟁 중에도 학교를 열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기업이 문을 열어야 하는 것처럼 미래세대를 만들어내는 학교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정부는 미래세대의 성장 발전을 위한 곳에 우선적으로 자원 배분을 하여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여야 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본기를 갖추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거나 기업에서 유급으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결혼장려금이나 출산장려금의 지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미래세대를 체계적으로 배려하고 도와야 할 때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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