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요즘애들이 더 좋아해요, 트로트 !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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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6   |  발행일 2021-02-26 제14면   |  수정 2021-02-26
아저씨 노래라는 말은 옛말
젊은이들 앞다퉈 끼 발산
트로트 경연 방송가 휩쓸어
감정과잉시대…시름 잊게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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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남일보가 포항체육관에서 개최한 '2020 포항愛ON K-POP 콘서트'에서 트로트 가수 김수찬이 열창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해 트로트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물론 트로트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악이다. 하지만 이번 트로트 열풍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트로트를 즐겨듣는 연령대가 중장년층이라는 편견을 깬 것이다. 시작은 한 방송사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이었지만, 이제 거의 모든 방송 채널에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트로트의 인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트로트 열기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트로트는 촌스럽고 천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온갖 논쟁에도 휘말렸다. 1960년대 '왜색 가요 시비', 1980년대 '뽕짝 논쟁'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 가운데 왜색 가요 시비에 대해 1964년 발표된 이미자의 명곡 '동백아가씨'를 통해 논란을 짚어봤다. 당시 '동백아가씨'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미자의 극장 쇼 출연료는 기존의 20배 이상으로 올랐을 정도였다.

트로트_표1
장유정 지음/ 따비/ 360쪽/ 1만7천원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래는 이듬해 '방송 금지곡'이 돼버렸다. 당시의 조치에 대해 일반적인 인식은 한일수교를 앞둔 군사정부가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동백아가씨'에 '왜색'이라는 딱지를 붙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트로트 논쟁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당대의 자료들을 수집·정리하고,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왜색 가요 시비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만났지만, 이들이 "위로부터의 정치적인 외압은 없었다"라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서양 음악 전공자, 방송국 음악 담당 실무자 등 이른바 '음악 엘리트'들이 '동백 아가씨'의 인기를 용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이 책은 광복 이전부터 2020년대 현재까지 트로트의 역사도 짚어나간다. 저자가 시대별로 분류한 것을 보면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인기 있었던 노래는 '카추샤의 노래'와 같은 일본 노래의 번안곡이었지만, 곧 '황성의 적' '목포의 눈물' 등 한국인이 짓고 부른 노래가 탄생했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전쟁과 실향으로 인한 아픔을 달래준 것도 트로트다.

전쟁을 딛고 일어서던 1960년대에는 향토적인 정서와 도시 지향적인 정서가 공존했다. 1970~8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포크와 록이 대유행하면서 '록 트로트'가 등장했다. 송대관의 '해 뜰 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대표적이다. 이 시기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김수희의 '남행열차' 등 국민 트로트가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가요계에는 김연자·주현미로 대표되는 '트로트 메들리', 현철·송대관·태진아·설운도의 '트로트 4인방'이 등장했다. 지금의 트로트 열풍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시기는 장윤정이 '어머나'를 들고나온 2000년대다.

지금의 트로트 열풍은 한때며, 기성세대나 중장년 세대만의 것일까. 저자는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에서 배출된 차세대 트로트 스타들을 바라보며, 이들이 있다는 것은 트로트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모든 대중가요 갈래는 생성해서 만개했다가 잠잠해지고 소멸하기도 하고 또다시 만개하는데 이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로 불안감과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른바 '감정 과잉의 시대'에서 트로트가 마음을 위로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트로트를 듣고 부르며, 우리는 세대 공감과 소통을 경험하고 정서적 공동체도 회복했다"며 "단지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일지라도, 지금 누군가에게 그 무엇보다 위로가 되는 것은 트로트"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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