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3·1절, 시민저항운동과 북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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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1   |  발행일 2021-03-01 제22면   |  수정 2021-03-01
최근 세계적 시민저항운동
SNS 등 인터넷 적극 활용
국제사회 관심 높아지게 해
北서도 정보화 물결 진행중
사회 성숙하는 밑거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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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오늘은 3·1절 102주년 기념일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항거하며 조선의 민중들이 독립을 위한 만세운동을 벌였다. '3·1독립운동'은 남한지역뿐만 아니라 평양은 물론 의주·원산까지 대부분 북한지역에서도 만세 시위가 펼쳐졌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는 남한과 북한이 조금은 달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0주년 기념사에서 '3·1독립운동'이 민주공화국의 시작으로 '국민주권'의 의미를 강조하며,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3·1독립운동' 정신이 민주주의 달성의 근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3·1운동'을 '3·1인민항쟁'으로 명명하고 '자주독립을 염원한, 식민지 통치하에서 쌓이고 맺힌 인민의 원한과 분노의 폭발'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폭발한 우리 인민의 전민족적 반일 봉기'라 규정하면서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김일성 아버지인 김형직과 어린 김일성이 3·1독립운동을 주도했다고 선전하며, 김일성 일가의 독재 권력의 정당화와 정통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에 북한에서는 '3·1절'이 국가기념일도 공휴일도 아니다.

독재권력에 대항하며 자유와 독립, 그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시민저항운동은 100여년 전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2010년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튀니지 시민저항운동에서 시작된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시민혁명인 '아랍의 봄', 이른바 '송환법'으로 야기된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 그리고 지난달 '22222항쟁'으로 이름 지어진 군부 쿠데타에 대항한 미얀마 민주화운동 등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과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저항운동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시민저항운동은 과거와는 달리 발전된 정보통신기술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함에 따라 조직력과 저항력이 강화되고 있다. 독재정권에 의해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가 장악되더라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시민저항 소식이 실시간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전파됨으로써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적극적인 개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이에 독재정권들은 시민저항운동을 진압하는 방법으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인터넷 차단과 통신망 검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이 '3·1독립운동'과 같은 시민저항운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인터넷을 포함해 정보통신기술의 대중 보급에 소극적인 이유도 바로 세습 독재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조직적 저항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정보화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2002년 평양과 남포·나선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2004년 용천역 폭발사건 이후 잠시 중단되었던 이동통신 서비스는 2008년 12월 이집트 오라스콤이 북한과 합작회사 '고려링크'를 설립하고 3G 기반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최근에는 약 400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물론 북한 당국은 국제 인터넷망에 대한 일반주민 접속 차단은 물론 휴대전화에 대한 다양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내에서도 정보통신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서 튀니지와 홍콩 그리고 미얀마와 같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저항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아직 북한 내 시민세력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북한 내에서의 정보화의 진전이 북한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숙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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