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문재인의 나라에 대구·경북은 없다

  • 전영
  • |
  • 입력 2021-03-04   |  발행일 2021-03-04 제23면   |  수정 2021-03-04

2021030301000144100004851
전영 경북부장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4대강 사업 재판이라는 우려와 망국 사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장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정치인들의 탐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가덕도 특별법을 강조했다. 반면 대구·경북의 미래라고 읍소했던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은 좌초됐다.

경북 영덕과 울진에 건설 예정이던 원자력발전소들도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건설이 중지되거나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원전에 기대고 살고 있는 이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역민들의 울분이 청와대와 여의도까지 퍼져나갔으나, 그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시작되던 지난해 초에는 정부 여당이나 진보 성향의 극렬 지지자들에 의해 대구·경북이 봉쇄해야 할 땅이 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역병에 걸려 접촉하지 말아야 할 존재가 됐다. 이들은 대구·경북과 국민의힘을 동일시해가며 근거 없는 비하와 막말을 쏟아냈지만 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나서 자제를 당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극렬 지지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구·경북민을 짓밟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같은 국민에게조차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은 과거 대구·경북이 중심이 된 정권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일방적 매도와 무시는 잘못됐다. 대구·경북을 짓밟는 것이 당장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선거에서 이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패권정치의 '편 가르기'다.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국민을 이간질하고 갈라놓는 일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해내는 패권정치는 대한민국을 병 들이는 암적인 존재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관용은 사라지고, 다른 정치성향을 지지하는 사람을 배척하며 나라를 둘로 쪼개고 있다.

180석 거대 여당의 오만과 부모 형제도 갈라놓는다는 '이념의 다름' 앞에 보수와 야당 지지자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함께 미래를 열어갈 사람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존재이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됐다.

미국에서도 극단적인 당파주의는 커다란 문제다. 2017년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정치적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39%였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그래서 가족과 절연했다'고 답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조사에서 민주당원의 3명 중 1명이, 공화당원은 2명 중 1명이 '다른 정당 간 결혼'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대구·경북=야당·보수'인 지금, 여당·진보 지지자가 사돈을 맺으려할까? 한발 더 나아가 여당과 진보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우리하고 생각이 너무 다른 대구·경북을 대한민국에서 제외시켜버리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뻔하다. 이런 마당에 극렬 지지자들의 댓글 한 줄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이 정부와 여당이 대구·경북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들을 내어줄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대통령 취임 당시 말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치와 이념성향이 다르더라도 보듬고 가는 '하나의 나라'인지 나와 생각이 다르면 배척하고 버리는 '쪼개진 나라'인지.
전영 경북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