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기행 .14] 안동 병산서원(下)...유생대표가 선생에 절한 뒤 수업…지식 앞서 '인성 중요시'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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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2   |  발행일 2021-03-22 제20면   |  수정 2021-07-06 15:40
새벽기상 후 뜰에서 마주보며 인사·존덕사 배알
서원 목적은 '선비 양성' 강조, 제향위주 서원 경계
류성룡 선조 피란 도와 받은 호성공신2등 교서엔
죄 지어도 대대로 감형·호위병 등 하사 기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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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1년 병산서원 교육 모습이 담긴 병산서원통독안서(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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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 사당인 존덕사(尊德祠) 입구. 출입문에 그려놓은 태극 문양과 기둥 초석에 새겨진 팔괘가 눈길을 끈다.

교육기관이던 조선시대 서원의 교육은 실제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학생 규모와 학습 과목, 교육 모습 등이 어떠하였을까. 1781년 당시 병산서원 주강사(主講事)였던 류종춘(柳宗春)이 쓴 병산서원통독안서(屛山書院通讀案序)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병산서원통독안서(屛山書院通讀案序)

'유생들을 모아 병산서원에서 '대학'을 강(講)하니, 옛날에 서원을 만들어 선비들을 강하던 규례가 그러하다. 원외(員外) 남용진 공, 박사(博士) 정석태 공이 강학의 일을 주관하고, 또한 종춘(宗春)이 당시 원석(院席)에 참여했다. 이날 두 공이 새벽에 학생들을 이끌고 뜰 아래에 차례대로 서서 상읍례(相揖禮)를 행하여 마친 후 유사(有司) 이팽윤 군이 동쪽 계단 위로 나아가 주자의 백록동서원 규약을 서서 읽고 모두 경청했다.

마침내 학생들을 이끌고 존덕사를 배알하고 물러나 입교당(立敎堂)에 앉아 강석(講席)을 베풀었다. 이에 두건을 쓰고 박대(博帶)를 두른 학생 60여 명이 각기 '대학' 1부를 가지고 차례대로 앉았다. 의례가 매우 숙연했다. 좌석이 정해지자 한 사람이 두 사람 앞으로 나아가 절했다. 그러고 나서 무릎을 꿇고는 첫 장을 한 번 읽고 의의(疑義:의심스러운 부분)의 대략을 강론하고, 좌중의 여러 사람은 각각 자신의 견해가 미치는 바를 따라 이야기하기를 서로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다시 나가서 다음 장을 읽고 의의를 강론하기를 또 그렇게 했다. 이달 계미에 시작하여 4일을 지나 병술에 마치니 이것이 강학하는 일의 전말이다.

부족한 내가 생각하기에 서원이 만들어진 것은 본래 강학하여 선비를 양성함에 있지, 유현(儒賢)을 제향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 때문에 옛날의 서원은 경학을 중시해 봄가을로 마름의 풀을 모아 제향하기를 의례대로 하고, 학생을 소집해 함께 거처하게 하여 사서(四書)와 육경(六經), 정주학(程朱學)의 여러 서적으로 심신에 절실한 것을 낮밤으로 강습하게 하는 것을 사계절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았다. 훌륭한 선비의 성대함과 학술을 선택함의 정밀함이 이와 같았다. 지금의 서원은 정반대이니, 중시하는 것은 봄가을의 제향뿐이다. 생도를 모아 학업을 수련하는 일이 혹 있을지 모르나, 대개 과장(科場) 공리(功利)의 끄트머리 학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른바 경학과 강토(講討)의 일은 적막하도다.'

여기 나오는 주자의 백록동서원 규약(白鹿洞規) 내용(일부)은 다음과 같다.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이 다섯 가지는 교육의 요점이다(右 五敎之目)// 넓게 배울 것이며(博學之) 자세하게 물을 것이며(審問之)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며(愼思之) 명확하게 분별할 것이며(明辨之) 행동은 성실하게 해야 한다(篤行之)/ 이는 학문을 하는 순서이다(右 爲學之序)// 말은 충직하고 믿음이 있어야 되고(言忠信) 행동은 돈독하고 공경스럽게 하며(行篤敬) 성내는 것은 경계하고 욕심은 막고(懲忿窒慾) 허물을 고쳐서 좋은 쪽으로 옮긴다(遷善改過)/ 이는 몸을 수양하는 요결이다(右 修身之要)// 뜻은 바르고 옳은데 두고 이익만을 꾀하지 않는다(正其義 不謨其利) 도를 밝게 하고 공로를 헤아리지 않는다(明其道 不計其功)/ 이는 처신하는 요체이다(右 處事之要)//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않고(己所不欲 勿施於人) 행하여 얻지 못하였으면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하라(行有不得 反求諸己)/ 이는 사물을 접하는 요령이다(右 接物之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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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호성공신(扈聖功臣) 교서

호성공신(扈聖功臣)은 임진왜란 때 임금(선조)을 모시고 의주까지 가는 데 공은 세운 신하들에게 내린 칭호다. 1604년 호성공신 2등에 오른 류성룡에게 선조가 내린 교서의 내용이다. 선조가 류성룡의 공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대우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왕이 말한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에 목숨을 바쳐 널리 구하는 공을 드러내니, 그 공덕과 노고에 보답하여 높이고 널리 알리는 예를 거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중국 한나라에서 공신을 추모하여 공신 화상을 그렸던 일을 따라, 공신 교서의 새로운 문장을 내리노라."

경(卿)은 금옥(金玉)과 같은 정기(精氣), 고통 속에서도 얼음과 쓴 나무를 씹으면서 견디는 지조를 지녔다. 재주는 세상에 걸맞아 일찍부터 중국 고대의 직(稷:농사의 신), 설(卨: 역법을 만든 인물)과 같은 훌륭한 신하라 하겠다. 학문은 유림의 스승이 되어 일찍이 태산북두와 같은 명망을 얻었다. 효제(孝悌)와 충신(忠信)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사람들이 도덕과 문장으로 추천하여 조정에 명성이 널리 퍼지고 공업(功業)을 쌓으니, 사람들이 모두 중국 한나라의 동중서와 같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였다. <중략> 사방을 둘러보아도 기댈 곳 없고 모든 신하가 버리듯 하였다. 탄식하며 말 한 마리로 강을 건넜다. 내가 고난을 감당하지 못하니, 그대가 홀로 의로운 충심을 가지고 눈물을 흘리며 배에 올랐다. 동진의 온교(溫嶠)와 같은 의로운 기상으로 말고삐를 부여잡고 서둘러 명을 받들고, 진문공을 도운 호언(狐偃)과 같이 나를 도우며 마음을 썼다. 덕분에 참으로 진퇴에 있어 편안할 수 있었다.

늙어서 군부(君父)의 치욕을 설욕하고자 맹세하니, 범중엄과 같이 가슴 속에 뛰어난 군사 계책을 갖추어 한 몸으로 장군과 재상의 책임을 겸했다. 송나라 재상 한기(韓琦)가 범중엄과 함께 고난을 해결하고, 한나라 재상 소하(蕭何)가 장군 한신(韓信)을 도와 크게 위무(威武)를 떨치게 하니, 이는 식량이 끊어지지 않음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의 고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니, 이는 사신을 대접함이 마땅하였기 때문인 것이었다. 게다가 나랏일이 어수선한 때 가득 쌓인 군사 업무를 맡아 중국 동진의 명장수 도간(陶侃)처럼 일 처리를 물 흐르듯 했고, 당나라 육지(陸贄)와 같이 임금에게 정성스레 아뢰고 답했다. 이제 중국의 병사와 협력해 왜적을 섬멸하여 왕업을 이루어 종사가 옛 도읍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구의 힘으로 국가가 오늘날을 보장할 수 있었는가. 바로 너의 공로 덕분이다. 이미 위기에서 근심을 함께 하였거늘, 감히 안락에서 서로 배반하겠는가.

몸과 마음으로 한 절개를 바쳐 제갈공명의 충정이 드러나고, 옥벽(玉壁)을 강물에 던져 여러 신하들에게 맹세하니, 진문공이 호언에게 상을 내린 것을 따른다. 이에 공을 기리기 위해 호성공신이등(扈聖功臣二等)으로 삼는다. 초상을 그려 후세에 전하고 두 품계를 승진시키며, 부모와 처자 역시 두 품계를 올려준다. 아들이 없으니 누이의 아들과 사위에게 한 품계 올려준다. 적장자가 이를 세습해 그 녹을 잃지 않게 하며, 죄를 지어도 용서하거나 감형하는 사유(赦宥)는 대대로 후손에게도 미치게 한다. 이어 호위병 6명, 노비 9명, 하인(丘史) 4명, 밭 40결, 은자 7냥, 옷감 1단, 말 1필을 하사하니 도착하거든 받아라.

"아! 경은 참으로 나라를 부흥시킨 공적이 있으니, 내가 어찌 피란할 때의 심정을 잊겠는가. 땅이 살펴보고 하늘이 훤히 아니, 감히 귀신에게 이 마음을 질정(質正)하는 바이다. 산이 닳아서 숫돌처럼 되고 강이 닳아서 띠처럼 될지라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에 교시(敎示)하노니 마땅히 잘 알았으리라."

호성공신 1등은 2인(이항복과 정곤수), 2등은 31인, 3등은 53인이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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