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에서 혁신찾기] 쿠팡과 로블록스의 리스크 이해하기

  • 배민수 변호사·혁신투자자
  • |
  • 입력 2021-03-22 15:49  |  수정 2021-03-25 10:09

지난주엔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회복됐다. 특히 9~10일 나란히 상장한 로블록스와 쿠팡이 순위권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한 주간 한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핫했던 기업을 한국예탁결제원 해외투자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1위 쿠팡(혁신점수 3/10)
아마존이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세계 각지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한 이커머스 기업이 우후죽순 탄생했다. 이 중 남미 Mercado Libre, 동남아시아 Sea, 아프리카 Jumia 등 상당수 이커머스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 상장에 도전했고, 드디어 한국의 쿠팡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정말 대단한 기업이다. 쿠팡은 스마트한 물류 시스템으로 소비자에게 '신속하고 편리한 배송'이라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기업이다 보니 미국 주식시장 상장 초기부터 한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쿠팡의 주당 가격이 이미 상장된 유사한 이커머스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또한 Amazon의 '상품', Instacart의 '식료품', Doordash의 '음식', Paypal의 '결제'라는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쿠팡이 모두 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놀라워하는 눈치다.

반면,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 쿠팡은 물류가 핵심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물류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팡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은 클라우드컴퓨팅 AWS 사업을 발굴해 엄청난 이익을 냈고, 이를 통해 물류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 Sea는 Garena라는 블록버스터 게임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이커머스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는 핀테크 쪽으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쿠팡의 또 다른 리스크는 글로벌 기업과 달리 지리적으로 한국시장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미 이커머스가 활성화한 한국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예전보다 확실히 낮아졌다. ‘과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쿠팡에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 'lock-in(소비자가 특정 플랫폼에 익숙해져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지 않게 되는 효과)'돼 있는 한국 소비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장 때 CNBC에서 진행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한국 기업으로 이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2) Coupang CEO Bom Kim on the company's monster IPO - YouTube


◆2~4위 애플, Z Holdings, 테슬라
테슬라와 Z Holdings가 다시 돌아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 있다.(자세한 내용은 지난 칼럼 참고)

◆5위 로블록스(혁신점수 6/10)
"10대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플랫폼에 제공하면, 다른 10대가 찾아와서 그 게임을 즐긴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라 할 만하다. 엄청난 성장속도는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3천200만명이 로블록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13세 미만이다.
  

 

원본3.jpg
출처 Edgar S1 Report Registration Statement on Form S-1 (sec.gov)


미국에서만 유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2월5일자 매일경제에 실린 칼럼은 로블록스가 10대들의 글로벌 핫 트렌드가 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식사 중에도 손주들끼리 이어지던 대화의 화제가 게임으로 옮겨지면서 갑자기 손주들 대화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손자가 고등학생 형에게 `로블록스` 게임을 아느냐고 묻자 형은 망설임 없이 모른단다. 그러자 옆에 앉은 손녀가 끼어들며 "오빠는 지난번에 같이 `브롤스타즈` 게임을 했는데, 로블록스는 왜 몰라요?"라고 따진다.

 

- [매경춘추] "무슨 말을 하는지" - 매일경제 (mk.co.kr)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선두주자임은 명확하지만 다음과 같은 리스크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하지 않던 초등생이 학교에 다시 나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의 초등생이 로블록스 세계에서 놀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초등생이 쓸 수 있는 돈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이들이 나이가 들고 경제력이 생겼을 때도 로블록스를 할 것인가."

매출을 볼 때도 주의해서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로블록스의 매출은 전부 로블록스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화폐인 로벅스(Robux)의 판매로 이뤄진다. 초등생은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로벅스를 구매하고, 이 로벅스는 로블록스 생태계에서 아이템 구매에 사용된다.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초등생은 또래 이용자로부터 로벅스를 받는다. 로벅스는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고, 로블록스 생태계에서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는 1로벅스에 0.01달러(2020년 기준, 한화 약 11.3원)를 받고 판매한다. 되살 때는 0.0035달러(한화 약 3.4원)다. 단순 산술상 1로벅스를 팔면 0.0065달러(한화 약 7.9원)의 판매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0.01달러에 로벅스를 판매하는 부분의 매출만이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고, 0.0035달러에 다시 사줘야 하는 의무는 명확하게 반영돼 있지 않다. 

 

물론 로블록스 플랫폼이 활성화해 로벅스가 로블록스 생태계 안에서만 순환한다면, 사실 사 줘야 할 의무가 비용으로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로벅스의 매출 중 약 30%가 플랫폼 기업인 애플 또는 구글에 지불된다는 점이다. 다른 플랫폼 위에서 운영되는 구조다 보니 해당 플랫폼에 지급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래도 초등생이 만들고 초등생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필자가 '투자결정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1개월가량 로블록스 게임을 직접 해봤다. 그중 ‘Bee Swarm Simulator’ 게임은 로블록스에서 인기가 높은 편에 속했지만 성인이 즐기기엔 미흡했다.

이 게임은 자신의 벌로 꿀을 채취하고, 채취한 꿀로 추가적인 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벌은 랜덤한 확률로 능력이 결정되는데, 해당 벌로 필드 위의 몬스터와 싸울 수 있다. 나름 40마리까지 벌을 모았으나, 그 이상의 재미나 확장성은 느끼지 못했다. 현재 주 이용자인 초등생이 중학생이 돼서도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계속 머물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혁신21.jpg
출처: 로블록스의 Bee Swarm Simulator 게임 화면.

 이커머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에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메가트렌드였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는 현재 다가오고 있는 메가트렌드이고, 얼마나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이들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반걸음 내지는 한걸음 정도 앞의 미래를 예상해 봐야 할 것이고, 트렌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배민수 <변호사·혁신투자자>

기자 이미지

배민수 변호사·혁신투자자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