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미얀마 질그릇 제작마을 탐방기(2)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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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9   |  발행일 2021-04-09 제21면   |  수정 2021-04-22 15:19
목마른 사람위해 시원한 물 담긴 '예오' 이웃위한 배려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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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길거리에 수박 만한 크기의 황토색 항아리가 놓여 있는 것을 쉽게 보았을 것이다. 이 항아리는 흙으로 빚어 구운 것으로 마시는 물을 담아두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 항아리를 '예오(Yhe Ole)'라고 부르는데, '물항아리'라고 할 수 있다.<사진1> 그런데 이 항아리에 물을 담아두면 물이 항아리에 스며들어 조금씩 항아리 밖으로 새어 나온다. 현지에서는 물이 항아리 밖으로 조금씩 잘 새어 나와야 좋은 것으로 평가하는데, 적당히 새어 나온 물이 항아리의 표면 온도를 낮추면서 그 속에 담긴 물을 차고 시원하게 보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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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물 섞어 만드는 '물 항아리'
에야외디강 일대서 주로 제작
물 조금씩 잘 샐수록 '최상품'
정화·온도조절 잘 되기 때문

길 곳곳 공양 의미로 놓여져
누구든 마실 수 있는 '샘' 기능
기부가 일상인 나라 미얀마
현 국가 위기 극복하길 기원

지금도 미얀마 중부에 위치하는 사가잉주 에야외디강 일대에는 이 항아리를 제작하는 마을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이 항아리를 성형하고 소성하는 과정은 우리나라 선사시대나 고대 사회의 질그릇 제작 과정을 추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그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원료토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흙을 1대 1의 비율로 혼합해 사용한다. 붉은색 원료토를 잘 말려 망치로 잘게 부순 후 거기에 검은색 원료토 진흙물을 혼합해 이 둘이 잘 섞이도록 반죽한다.<사진2> 본격적인 성형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점토를 적당히 떼 물레 위에 올리고 물레를 돌리면서 동체부를 뽑아 올린다. 기초적인 성형 후에 실떼기를 통해 이를 물레에서 떼어낸 후 건조한다. 이후 물기가 마르고 촉촉이 건조된 질그릇을 작업자의 무릎과 허벅지 사이에 올린 후 질그릇 안쪽에는 흙으로 만든 내박자(질그릇의 안쪽면에 대는 받침 도구)를 대고 목제 타날(두들개)을 활용해 두드리면서 그 형태를 둥글게 만들어낸다. 대략적인 형태가 완성되면 계속 두드리면서 그 형태를 완성해 간다. 이때 질그릇의 두께가 균일하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사진3> 좀 더 말린 후 외면 상부는 문양이 있는 타날로 두드리면서 시문(문양을 새김)하고 하부는 문양 없이 둥글게 타날한다. 이러한 성형 작업이 끝나고 나면 작업자들은 머리에 질그릇 여러 개를 마치 묘기하듯이 포개 얹고 소성장으로 옮긴다.<사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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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몇 개의 소성장이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성장 가운데 바닥에 주연료로 사용할 잘 말린 나무껍질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질그릇을 쌓는다. 이때 질그릇은 아가리가 아래를 향하도록 비스듬히 눕히고,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시계 방향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3단으로 포개 쌓는다. 다 쌓은 후에는 가장자리에도 나무껍질을 놓고 볏짚을 전체적으로 덮는다. 또 그 바깥으로 진흙을 발라 열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가장자리에 불을 붙이면 가마 내부가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며 질그릇이 본격적으로 굽히기 시작한다.<사진5> 이러한 소성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맑은 소리가 나는 단단한 재질의 질그릇이 완성된다.

미얀마에서는 '예오는 두드려야 단단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즉 예오를 성형하는 과정에서 많이 두드리는 과정을 거쳐야 좋은 예오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물이 잘 새는 예오'가 좋은 예오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물항아리의 주요 기능인 저장과 보관을 생각한다면 다소 역설적인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물을 담아두고 그 물을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금씩 물을 밖으로 내보내야 제대로 정화 기능을 하고 차고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기에 이 표현 또한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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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이 예오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미얀마 사람들이 주로 예오를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뿐만 아니라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도 나무 그늘 아래에는 어김없이 예오가 놓여 있으며 그 속에는 시원한 물이 가득 채워져 있다. 40℃를 넘는 미얀마의 덥고 건조한 날씨에 갈증으로 목마른 사람은 누구든지 이 물을 마실 수 있게 한 배려가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예오를 놓아두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고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갖다 놓을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개인의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의 우환을 없애기 위해,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부처님에 대한 예를 다하는 마음 등 다양한 이유로 이 항아리를 공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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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국의 자선 구호단체인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발표한 기부지수에 의하면 미얀마가 기부지수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기부문화는 곧 사회적인 보시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얀마의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보시도 매우 보편적이어서 국민의 90% 이상이 다양한 기부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얀마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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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이 기부의 나라 미얀마가 군부 쿠데타와 민주화를 위한 과정에서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굶어죽는 사람이 없던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정치적 이유로 희생을 당하고 군사 권력에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 심지에 내전이 일어날 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사회적 기부를 생활 깊숙이 실천하며 사는 미얀마 사회에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해 그곳에 사는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가 보장되기를 기원한다. 가까운 훗날, 미얀마에 가서 예오에 담긴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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