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꺼져가는 행정통합 불씨…철저한 반성과 준비로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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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6   |  발행일 2021-04-06 제23면   |  수정 2021-04-06 07:12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장기과제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가 뒤늦게 광역 행정체제 개편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진정성은 알 수 없다. 일단 부산·울산·경남의 광역연합 추진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TF를 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광역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풀어갈 동력은 매우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보여준 무관심한 태도를 감안하면 정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부동산 실정을 희석시키거나 내년 대선 표심을 겨냥한 정지작업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구경북이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행정통합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자세는 나쁘지 않으나 이 또한 행정통합을 장기과제로 돌리기 위한 모양 갖추기가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행정통합 문제 제기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너무 성급하고 허술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행정통합 시기를 못 박아 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태도는 많은 반감을 낳았다. 중앙정부의 해당 부처와 사전 의견조율이나 협의 없이 행정통합을 추진한 것은 잘못이다. 관련 특별법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정치권과의 교감 부족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선 진정으로 행정통합을 하자는 건지, 행정통합 이슈로 정치 행위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내년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감안해 슬그머니 장기과제 운운하면서 꽁무니를 뺄 명분을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통합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동안의 실책을 인정하고 반성한 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 먼저 정부가 광역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주요 국정 과제로 채택하도록 비수도권이 연합전선을 펴고, 정치권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큰 틀의 방향을 정한 뒤 시·도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 광역 행정체제 개편은 지방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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