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안전띠 4.7㎝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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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4   |  발행일 2021-04-14 제27면   |  수정 2021-04-14 07:14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골프 황제로 유명한 타이거 우즈가 자동차 전복 사고로 장시간 다리 수술을 받았다. 우즈가 탑승한 차량은 충돌 사고로 도로에서 비탈길로 굴러떨어졌다. LA 카운티 보안관은 유압 차량 절단 장비까지 동원해 안전띠를 매고 있던 우즈를 차량에서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충북 진천군에서 45인승 버스가 트럭을 피하려다 미끄러져 3m 다리 아래 하천으로 추락했다. 당시 사고로 탑승자 13명 중 절반가량이 다쳤으나 중상자는 없었다. 앞선 2월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어린이 24명과 보육교사 2명을 태운 통학버스가 승용차와 트럭과 충돌한 뒤 전복됐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던 아찔한 사고에서 중상자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비결은 모두 안전띠였다.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띠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몸무게 60㎏인 운전자가 시속 60㎞로 달리다 충돌할 경우 순간 충격은 5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때 순간의 힘은 머리, 무릎, 가슴을 포함한 특정 부위에 그대로 전달될 경우 운전자는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폭 5㎝, 몸에 닿는 길이 1m의 안전띠는 순간의 힘을 분산하는 효과로 부상을 방지해 '생명띠'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7~2019년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의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안전띠 미착용의 사망률은 착용 때보다 무려 4.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동차 안전띠 폭의 국제규격은 4.6㎝ 이상이고 경주용 차에 쓰이는 안전띠의 폭은 7.6㎝다. 국산 차량의 안전띠 대부분은 4.7㎝로 이보다 좁으면 몸이 받는 압력이 커져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띠 폭을 넓게 만들면 안전성은 높을 수 있으나 꼬이기 쉬워 오히려 위험이 커지게 된다. 차량 운전자는 '안전띠 4.7㎝=생명띠 4.7㎝'라는 등식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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