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재클린의 사무실

  • 김언동 경북대사범대학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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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6 08:01  |  수정 2021-04-26 08:05  |  발행일 2021-04-26 제12면

김언동
김언동 〈경북대사범대학부설고 교사〉

저는 출근을 지하철로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40분 정도가 걸리는데요.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얼마 전에는 1년짜리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제가 신청한 플랫폼은 전자책과 함께 오디오북의 구성이 충실하고 신간 도서의 업데이트가 빨라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오디오북을 열심히 듣겠다고 다짐했던 출근길에 저는 요즘 한 드라마 속 인물에 푹 빠져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볼드 타입'의 '재클린'이죠.

'더 볼드 타입'은 거대 미디어 그룹 '스타이넘' 소속 패션 잡지 '스칼렛'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제인, 서튼, 캣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자신의 일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잡지사 안에서 기자, 패션 어시스턴트, 소셜 미디어 디렉터로 하는 일도 다르고 직급도 다르지만 서로를 응원하며 어려움을 헤쳐 나갑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패션 잡지사,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 뉴욕, 매력적인 연인과의 사랑 등 이 드라마는 얼핏 보면 전형적인 미국 드라마의 외양을 다 갖추고 있어서 예측 가능해 보이지만, 재클린이 있어 다른 드라마와 다릅니다.

재클린은 '스칼렛'의 편집장입니다. 세 주인공이 모두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스테레오 타입으로 형성된 패션 잡지 편집장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몇 장면은 진로 활동 영상 교재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합니다. 일을 통해 다루는 주제도 소셜 미디어, 다문화, 젠더 감수성, 페미니즘, 자기 몸 긍정주의,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 참여 등 우리가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지요. '스칼렛'은 뛰어난 리더인 재클린을 통해 당대 최고의 잡지라는 명성을 누리지만 그녀는 자신의 안목을 과신하지 않고 직원들의 과감한 도전을 지지합니다. 그녀는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끝나도 후배들이 그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웠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명의 주인공에게 '스칼렛'은 실패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는 '인생 학교'와 같은 곳입니다.

'학교'와 '실패'를 잇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먼저, 미국의 대안교육 운동가인 존 홀트의 책 '실패하는 학교'는 지금 우리가 학교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으며, 실패할 기회도 주어져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그런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책은 교육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진정한 배움과 제대로 된 가르침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진단합니다.

학교개혁 전문가인 마이클 폴란의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는 교육 현장에서 변화를 시도할 때는 사람들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변화가 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또한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목적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식과 역량이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나 변화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는 어떤 도덕적 목적이나 공유된 의미의 추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관계의 개선, 협업을 통한 질 높은 교사 학습 공동체의 운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각자의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 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 '재클린의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볼까요?

김언동 〈경북대사범대학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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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동 경북대사범대학부설고 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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