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의 시선] 윤여정처럼, 김형석처럼

  • 김진욱
  • |
  • 입력 2021-04-30 16:36  |  수정 2021-04-30 23:49
윤여정처럼, 김형석처럼
멋지게 늙어가고 싶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진 못해
그래도 각자에게 적합한
노년의 모습을 그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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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74세 한국 할머니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 영국 태생인 84세 할아버지 안소니 홉킨스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지난 26일 오전 (한국 시간)에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의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아직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이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다음날 오전, 올해 102세인 철학자 김형석은 대구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60세에 직장에서는 졸업하지만 더 넓은 사회에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며 "60~75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의 수상, 김형석의 대구 특강은 작년 가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74세 나훈아의 비대면 TV 콘서트를 보면서 가졌던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100세 시대를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나 윤여정처럼, 김형석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도 수 많은 노인들이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나빠진 건강 때문에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다. 준비돼 있지 않으면 100세 시대는 재앙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면서 적극적으로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일거리를 찾고,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김형석 철학자의 "60~75세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말에 60대들이 환호하는 이유가 정년퇴직 이후의 인생이 즐겁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종연된 tvN의 드라마 '나빌레라'가 주는 감동도 노년층이 주목받는 작금의 사회현상과 무관치 않다. '나빌레라'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칠순의 노인이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이 꿈꿨던 발레에 도전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빌레라'에서 우편 배달부로 은퇴한 심덕출(박인환 연기)은 자신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어,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기억할 수 있는 날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려는 노인의 모습이 감동이다.

재조명받는 노년층의 모습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마우로 F. 기옌이 쓴 베스트 셀러 '2030 축의 전환'에 보다 분명하게 나온다. 이 책은 8개의 거대한 물결 때문에 2030년에는 지금의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8개의 변화 중 하나가 60대 이상 노년층이다. 마우로 F. 기옌은 60세 이상의 노년층을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중요한 세대로 보고 있다.

미국 부(富)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년층은 가장 큰 소비시장을 만들어 있어, 기업이 살아남고 싶다면 노년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미국적 시각으로 본 것이지만, 한국사회에 적용해도 틀린 분석은 아니다. 노년층은 투표장에 잘 가기 때문에 이미 정치권에서는 대접받는 연령층이다. 즉 노년층을 잡으면 부와 권력을 쥘 수 있는 세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인 일본의 현재 모습은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일본 내 최대 발행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의 회장 겸 주필인 와타나베 쓰네오는 올해 95세다. 와타나베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이지만, 70~80대의 기업체 중역은 흔하다는 게 일본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올해 4월부터 70세 정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직은 70세 정년을 강제 규정이 아닌 '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강제 조항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60세 정년이지만 이르면 내년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65세 정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노년층이 새롭게 조명받는 시대. 예전보다 오래 살면서, '아름답게 늙기, 멋지게 늙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2021년 4월의 마지막 날,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이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는지, 멋지게 늙어가고 있는 지, 그럴 준비는 잘 하고 있는 지 되돌아보는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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