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No.1~3

  • 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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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4   |  발행일 2021-05-14 제37면   |  수정 2021-05-14 08:30
완벽주의자를 빛나게 한 우정…'낭만시대' 실내악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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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요하임(왼쪽)과 브람스.

소나타는 '울려퍼지다, 악기를 연주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탈리아어 sonare에서 파생된 것으로 노래나 가사 없이 악기로만 연주되는 기악곡을 의미한다. 바로크 시대에는 주로 교회 소나타, 궁정 소나타로 분류되었다가 고전시대에 이르러 '피아노 독주 소나타'와 독주 악기(바이올린, 첼로, 플릇 등)와 피아노의 '이중주 소나타'가 중심을 이루게 되었고 고전적 소나타를 완성한 중요한 작곡가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중요한 작곡가는 총 55개의 소나타를 작곡한 베토벤이다. 그는 고전 양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자신만의 소나타를 완성했는데 소나타의 각 악장이 가진 서로 다른 성격을 더욱 대조적으로 만들었고 음악적 규모도 교향곡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커졌다. 또 선율과 화성을 보다 과감하고 자유롭게 사용하고 느린 악장에서는 보다 서정적인 선율을 강조하며 낭만 시대 소나타의 문을 열었다.

이런 베토벤의 전통을 계승해 낭만 시대 소나타의 절정을 이룬 브람스는 총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였다. 1879년에 1번 소나타를 작곡했고 이후 1886년에 2번, 1888년에 3번 소나타를 완성했다. 사실 브람스는 이전에 하나의 소나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바이올린 소나타의 한 악장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을 위해 작곡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슈만·디트리히와 함께 공동 작곡을 한 곡이다. 'F, A, E 소나타'라는 작품으로 디트리히가 1악장, 슈만이 2·4악장을 쓰고, 브람스는 이 소나타의 3악장을 작곡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바이올린 소나타를 쓰긴 했으나 발표 전에 모두 폐기했는데 자기 비판적 성향이 강했던 브람스의 면모가 바이올린 음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처럼 스스로의 음악에 엄격했던 브람스가 뛰어난 바이올린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올린 연주자와 만나면서 시작됐다. 작곡가이자 동시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브람스는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을 만나 함께 연주 활동도 많이 했고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았다. 20대에 시작된 브람스와 요하임의 우정은 40대가 되어 빛을 발한다. 브람스는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요하임의 조언을 바탕으로 완성해 1879년 1월 요하임이 바이올린 연주, 브람스가 지휘를 맡아 초연하였다. 이 곡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1879년에 완성한 1번 소나타는 '비의 노래'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브람스가 1873년 발표한 8개의 가곡 중 '비의 노래'와 '여운'이라는 두 가곡의 선율을 차용해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기악곡만큼 많은 성악곡을 남겼는데 그중 가곡은 무려 213곡이나 된다. 그중에서 '비의 노래'와 '여운'은 브람스와 친분이 있었던 시인 그로트의 '떨어져라, 비야(Walle, Regen)'과 '빗방울이 나무로부터(Regentropfen aus den Baumen)'를 하나의 모티브로 사용해 작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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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가곡 '비의 노래(Regenlied)'의 선율은 바이올린 소나타의 1악장에 사용되었고, "빗방울이 나무로부터 / 푸른 잔디 위로 떨어지고 / 내 흐린 눈의 눈물은 / 내 뺨을 적신다" 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또 다른 가곡 '여운(Nachklang)'의 선율은 3악장 도입부에 그대로 사용되어 있어 많은 음악 애호가들은 가곡과 바이올린 소나타를 함께 감상하는 것을 즐긴다. 1886년 발표된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역시 브람스의 가곡 중 여러곡이 1·3악장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작곡 스타일은 브람스에게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슈베르트·슈만 등 19세기 많은 작곡가들은 가곡을 인용해 실내악곡을 작곡했는데 관객이 가사가 없는 기악곡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하였다. 선율, 화성, 리듬으로 이루어진 절대 음악을 일반 관객이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느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음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을 관객 나름대로 이미지화 할 수 있도록 텍스트와 음악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다. 1888년 발표된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1·2번 소나타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이는 작품이다. 가곡의 인용도 없고 4개의 악장으로 구성해 전체 음악적 스케일도 확장되었으며 바로크 시대의 대위법, 보다 명료한 선율, 다양한 화성의 변화와 리듬의 변형 등 작곡 기법도 훨씬 성숙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약 3년간의 긴 시간동안 이 작품을 쓴 만큼 훨씬 더 계획적이고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며,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절친했던 두 친구의 죽음을 경험했던 브람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음악적으로도 잘 드러나 특유의 중후한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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