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위 속에서 사는 박테리아 '플라스틱 쓰레기' 해법 가능성

  • 입력 2021-07-03 09:54  |  수정 2021-07-03 10:40
위액 PET 분해…개별 박테리아·효소 규명 과제 남아

소(牛)의 되새김위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분해가 까다로운 플라스틱을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의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오스트리아 '빈 천연자원·생명과학대학'(BOKU) 선임연구원 도리스 리비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소의 반추위에서 추출한 위액으로 플라스틱 분해를 실험한 결과를 과학 저널 '생명공학 및 생명공학기술 프런티어스'(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프런티어스와 외신에 따르면 연구팀은 도살장에서 버려지는 소의 위액을 얻어 박테리아를 확보했으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와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 폴리에틸렌 루라노에이트(PEF) 등 3종의 플라스틱을 대상으로 분해 능력을 시험했다.
 

PET는 섬유와 포장재 등에 흔히 사용되는 일반 플라스틱이며, PBAT는 석유를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이지만 생분해가 가능해 썩는 비닐을 만드는데 이용되고 있다. PEF는 식물 자원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플라스틱들을 가루와 필름 형태로 소의 위액에 담가 분해가 이뤄지는지 살폈다.
그 결과, 3종 모두 분해가 됐으며 필름보다는 가루 형태에서 분해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를 비롯한 반추(되새김) 동물이 천연 폴리에스터가 든 식물을 먹고 소화해 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과학자들은 소의 소화를 책임져온 위 속 박테리아가 식물의 천연 폴리에스터와 비슷한 구조와 성분을 가진 폴리에스터의 가수분해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앞선 연구에서는 소의 반추위에서 단일 박테리아 종을 분리해 플라스틱 분해 효능을 조사하기도 했는데, 위액을 이용한 실험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테리아가 단일 효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효소를 생산해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리비치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실험실에서 작은 규모로 이뤄진 것이지만 "도살장에 매일 많은 양의 위가 쌓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규모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위액은 100ℓ에 달한다.


하지만 "중합체 분해 효소로서 소의 위액을 값싸게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앞으로의 연구는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과 효소를 밝혀내고 배양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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