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의 폐해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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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7   |  발행일 2021-09-17 제26면   |  수정 2021-09-17 07:11
부동산 기득권자 주장 따라
투기 광풍에 정부 손놓으면
거품형성과 붕괴 위기 초래
공급 확대정책·조세 완화땐
새 투기 유발과 불평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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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위세가 대단하다.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할 뿐만 아니라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의 생각까지 장악한 것 같으니 말이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개입하는 데 대해 시장원리에 배치된다며 반대하고, 부동산값 폭등은 공급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므로 공급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유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조세를 강화하는 것은 부동산값 안정 효과는 낳지 못하면서 집주인들만 괴롭히는 나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인식체계를 가리킨다.

이런 주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전반 노무현정부 때였다.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여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강력한 부동산 조세정책을 추진하자, 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새롭게 개발된 논리였다. 시장만능주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부동산전문가들이 앞장섰고, 보수언론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학자들이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면 언론은 그들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는 식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은 나쁜 것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근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학자 한 사람은 TV 토론에서 시장만능주의 주장을 펼쳤다가 연구실 전화가 불이 날 정도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이 시장만능주의자의 견해를 계속 보도하면서 대중의 생각도 점차 변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이들의 견해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고, 부지불식간에 정치인들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야권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자랑스럽게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권의 몇몇 대선 후보까지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장기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그 자체로 틀렸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적 폐해를 수반한다.

첫째, 시장만능주의자의 주장대로 투기 광풍을 현실 시장에 맡긴 채 정부가 손을 놔버린다면, 부동산 거품이 자꾸 더 팽창하다가 언젠가는 터져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붕괴로 경제위기를 겪은 경우를 여럿 알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가까운 과거의 대표적 사례다.

둘째, 시장만능주의자의 주장처럼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면,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기가 유발될 뿐만 아니라 장차 실제로 공급이 이루어질 무렵에는 부동산값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몇 년 후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정책을 펼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짓이다.

셋째, 시장만능주의자가 주장하는 대로 부동산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면, 투기를 자극해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한다. 부동산소득은 불로소득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 시장만능주의자의 주장에 따라 부동산 조세를 완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목탁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이런 주장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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