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김만배 입에 달린 대권 풍향계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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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8   |  발행일 2021-10-18 제26면   |  수정 2021-10-18 07:11
배당금 절반 가져갈 '그분'
재판사주 의혹 받는 인물은
소문대로 이재명 후보일까
윤석열 부친 집 매입하는데
김만배의 입김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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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민-관 결탁이 출발점이다. '관(官)' 쪽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민(民)' 쪽의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각각 1차 꼭짓점이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두 꼭짓점보다 위에 있는 상위 꼭짓점, 즉 '몸통'인지가 핵심이다. 검찰이 파헤칠 의혹은 세 갈래다. 첫째,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 배당금을 몰아주는데 실무적 설계를 한 유동규의 상위 꼭짓점이 이재명이면 특가법상 배임혐의가 적용된다. 이재명은 이미 "대장동 설계는 내가 했다. 유동규는 실무자였다"라고 한 바 있다. 나중엔 큰 틀의 설계만 자신이 했다는 취지로 말을 돌리긴 했다. 둘째, 대박 배당금을 받은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다는 녹취록이 사실이고, 만에 하나 '그분'이 이재명인 걸로 드러나면 역대급 뇌물사건이 된다. 셋째, 이재명이 큰 틀의 대장동 설계에 그치는 게 아니고 배당구조도 결재했음은 물론이고, '그분'으로 확인까지 되면 배임과 뇌물이 다 걸린다. 물론 세 가지 경우 모두 아닐 수도 있다.

진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받은 검찰이 우선 가려야 한다.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묵살할 수 없는 진술이나 정황증거가 나오면 여론의 눈총 때문에 비켜 가기 어렵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지시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를 읽고 따르려다간 다음 정권에서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돈'이 엮인 실마리가 포착되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을 겨냥한 직접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얽히고설킨 관련인 중에서도 천문학적 액수의 대장동 돈을 주무른 김만배의 입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재명이 '그분'은 아닐 걸로 밝혀지더라도 화천대유에서 고액 고문료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 연결될지도 모를 '재판 사주' 의혹도 불거져 있다. '사후 뇌물' 논란이다. 만일 김만배가 입을 열어 이재명이 기소되면 여권 안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뇌물 등으로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를 할 수 있으므로 이 조항 확대적용이 가능하다. 이재명의 지지율 하락까지 겹치면 친문과 이낙연 세력을 중심으로 '후보교체론'이 제기되기 딱 맞춤이다.

그런데 김만배의 입이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흔들 소지도 있다. 윤석열 부친의 집을 천화동인 3호 소유주인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했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쪽은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와 안면은 있지만 전혀 관련 없는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여권 주변에선 윤석열과 김만배 사이의 연결고리로 박영수 전 특검을 거명하고 있다. 김만배가 박영수를 지극정성으로 챙긴 정황은 속속 드러났다. 윤석열은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다. 물론 이재명과 마찬가지로 윤석열도 김만배가 입에 올릴 약점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검찰과 언론은 김만배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건 기자생활을 오래 한 김만배의 '언론 플레이'다. 궁지 탈출용으로 거짓의 입을 여는 경우다. 아울러 대선 막바지에 확인되지 않은 '워딩'이 김만배의 입에서 나온 거라며 마구잡이로 확산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대선은 난장판 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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