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배려없는 미래차 정책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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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0   |  발행일 2021-10-20 제26면   |  수정 2021-10-20 07:10
文대통령 '넷제로' 천명에도
환경부 전기차 정책은 뒷걸음
충전인프라보다 보급만 신경
일방적 노후 전기충전기 교체
이용자 배려는 어디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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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일선 부처에선 '우이독경(牛耳讀經)'에 불과한 듯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205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100% 줄이겠다며 '넷제로(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최일선에 있는 환경부의 행보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중 핵심으로 꼽히는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를 총괄하는 환경부는 최근 노후 전기차 충전기 208개 중 128개를 교체키로 하면서 상당수 충전기 사용을 중단시켰다. 환경부의 위탁을 받아 충전기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노후 충전기 교체에 5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도심 내 충전기 교체에 대해서는 전기차 이용자들이 인근 다른 충전기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한 개밖에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5개월씩 운영 중지되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대구∼부산 고속도로 양방향에 하나씩밖에 없는 청도휴게소 두 곳의 전기차 충전기가 노후 교체 작업을 이유로 이달부터 올스톱됐다.

환경부의 전기차 운전자에 대한 배려 없는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충전기가 설치된 고속도로 휴게소 간 인접(거리) 여부 등에 대한 고민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체 작업을 진행하면서, 고속도로 이용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편은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대한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고속도로 신설 휴게소와 기존 휴게소에 추가 설치하고 있는 충전기를 특정 타입 한 가지만 고수해 다른 충전 방식 전기차 운전자들은 아예 충전을 할 수 없다.

전기차 충전 방식은 완속충전기는 동일하지만 급속충전기의 경우 DC콤보, DC차데모(이하 차데모), AC3상으로 나눠진다. 환경부는 2017년 말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전기차 급속 충전 방식을 DC콤보로 결정해 이 방식의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전에 출고된 전기차인 레이, 쏘울, 아이오닉뿐 아니라 이후 생산된 닛산 리프 등은 차데모 방식이어서 충전이 아예 불가능하다. AC3상 방식의 SM3도 DC콤보로는 충전을 할 수 없다. 자체 별도 충전방식을 택하고 있는 테슬라도 이달부터 DC콤보 어댑터가 출시되긴 했지만 그동안 차데모 방식 어뎁터밖에 없어 당분간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100만원 내외의 어댑터를 구매할 수 있는 테슬라 운전자는 그나마 다행이다. 나머지 차데모와 AC3상 방식의 충전 전기차는 이마저도 없어 운전자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구매 보조에만 초점을 맞춘 전기차 지원 예산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에만 집중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 운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충전 인프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지원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3조1천244억원이나 되지만, 충전기 설치 예산은 5분의 1 수준인 6천689억원에 그쳤다.
임성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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