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육지 연결하는 여객선조차 없어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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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30 09:31  |  수정 2021-11-01 08:57  |  발행일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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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여객선 운항이 끊어진 도동항의 모습.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으로 붐비던 예년과는 달리 인적이 드물어진 도동항.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줄어든 관광객 수가 점차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도동항과 육지를 연결하는 여객선조차 없는 실정이어서 울릉도의 관문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반면 저동항과 사동항은 도동항의 사정과 정반대다. 두 항만에 입항하는 여객선은 점점 늘어나며 지역 경기의 중심이 저동과 사동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그 사이 도동항은 울릉군의 찬밥 신세로 전락하며, 두 경쟁 항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됐다.


울릉도 관문 도동항 위상의 급격한 추락은 울릉군과 지역 정치권의 '무능' 때문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울릉군이 추진하는 포항∼울릉(도동항) 간 신규 대형여객선 도입사업은 빠르면 2023년 하반기에 현실화할 예정이어서 도동항은 더욱더 서글픈 상황이다.


◆울릉도 중심지 도동항
도동은 개척령 반포 후 1884년(고종 21년) 이곳에 자치 지휘소인 도방청이 설치되면서 도방청의 '도'자를 따서 도동(道洞)이라 했다. 1914년에는 군청이 태하동에서 이곳으로 이전됐는데, 이때부터 오늘까지 군청 소재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도동은 울릉도의 여러 마을 중에서도 유달리 비좁은 협곡에 마을이 형성됐다. 항만시설이 없던 시절 바람과 파도가 다른 항구에 비해 심하지 않아 어선이나 육지를 오가는 선박들이 정박한 덕분에 자연스레 울릉도의 관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자연조건으로 도동은 울릉도의 행정·경제·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도동은 인구는 물론 식당·숙박시설 등도 울릉도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 군청·경찰서·교육청·보건의료원 등의 행정관서와 금융기관 및 여객선 터미널·유람선·택시·버스·렌터카·관광안내소 등 갖가지 편의시설이 밀집돼 있다. 이로 인해 도동항은 2010년까지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모든 여객선이 입·출항하는 명실상부한 울릉도의 관문으로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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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울릉도 도동항의 모습. 지난해 2월 말 운항을 중단하기전 도동항에 입항한 썬플라워호의 모습이 보인다.
◆썬플라워호 운항 중단으로 초라한 항구로 전락
울릉도와 육지와 연결하는 여객선의 유일한 통로인 도동항은 1995년 2천t급 쾌속 여객선 썬플라워호의 취항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우선 운항 소요 시간이 3시간으로 단축되면서 관광객 증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연간 10여만 명에 머물던 관광객 수가 쾌속선이 투입되면서 20여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썬플라워호가 입항하는 도동항에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상점·술집·식당·숙박업소 등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11년에 접어들면서 강원도 강릉∼울릉(저동항) 노선에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도동항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다 경북 포항∼울릉(도동항) 노선에 취항한 썬플라워호가 지난해 2월 선령 만기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도동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썬플라워호 운영 선사인 대저해운은 대체 여객선으로 600t급 소형여객선 엘도라도호를 투입했지만, 울릉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육지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은 울릉도 저동항에 강원도 강릉에서 2척, 경북 포항에서 1척 등 3척의 여객선이 매일 다니고 있다. 또 사동항은 경북 포항에서 2척, 경북 후포에서 1척 등 3척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도동항은 경북 포항에서 엘도라도호 1척만 운항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올해부터 격일제로 운항하고 있고 파도가 조금 높은 날은 저동항으로 입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대저해운은 '5개월 이내 썬플라워호 동급 대체선 운항' 조건으로 소형여객선 엘도라도호의 대체 운항 인가를 승인한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대구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8월 말 1심에서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한 이후 격일제로 운항하던 엘도라도호의 운항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도동항에 여객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자 도동항의 상권이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울릉도의 관문은 도동항이 아니라 저동항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아울러 포항∼울릉(도동항) 간 대체선 운항 문제를 두고 포항지방해양수산청과 여객선사·울릉군·지역 정치권을 향한 울릉도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울릉군은 썬플라워호의 선령 만기로 인한 운항 중단이 이미 예고됐음에도 섬 주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안이한 행정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엘도라도호
썬플라워호가 운항을 중단하고 대체선으로 포항~울릉(도동항)을 오가는 엘도라도호 모습. 현재 포항∼울릉(도동항) 운항을 거의 중단하고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고 있다.
◆신규 대형여객선 취항과 항만 인프라 복구 시급
울릉군은 포항∼울릉(도동항) 노선에 대형 신규여객선 도입을 뒤늦게 서두르고 있다. 울릉군은 지난 6월 지역주민 편의를 위해 포항∼울릉 항로에 빠르고 큰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취항 시점부터 20년간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하고 공모해 ㈜대저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대저건설은 최근 호주 오스탈 조선소와 여객선 건조 임시계약을 체결했다. 포항∼울릉(도동항)노선에 운항할 신규 대형여객선은 2천500t급에 길이 80m, 폭 21m, 승객 950명, 최대속력 시속 83.3㎞(45노트)로 화물 25~30t을 적재하고 울릉∼포항 구간을 3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울릉군은 2023년 9월 예정대로 신규 대형여객선이 취항하면 도동항의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 태풍으로 피해를 본 도동항의 태풍피해 복구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도동항은 지난해 태풍으로 방파제가 20여m 유실되는 피해를 보아 여객선이 댈 수 있는 항만 기능을 거의 상실해 항만기능을 복구하고 정비하는 사업이 시급하다. 울릉군은 사업비 145억 원을 들여 태풍피해를 입은 방파제 복구와 보강공사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도동항 여객선 부두의 30m 연장 공사도 62억의 예산을 투입, 2023년 하반기까지 공사를 마무리해 신규 대형여객선의 취항에 대비한 항만시설 정비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포항과 도동항을 오가는 여객선의 결항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어서 도동 주민과 상인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지역 상권 침체로 인해 생계까지 타격을 받는 실정이다. 도동 주민들은 울릉군이 현재 추진 중인 신규 대형여객선 도입 예정 시기인 2023년 하반기까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견해다. 주민들은 1심 판결이 나온 만큼 대저해운의 포항∼울릉(도동항) 노선의 면허를 취소하고 도동항에 썬플라워호 규모의 크고 빠른 대체 여객선 운항이 하루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글·사진=정용태 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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