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왜 바이든은 마크롱에게 사과했나

  • 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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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8   |  발행일 2021-11-08 제25면   |  수정 2021-11-0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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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지난달 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20 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고 프랑스만큼 오래되고 충실한 동맹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오커스(AUKUS)' 창설과정에서 빚어진 양국 간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미국은 영국 및 호주와의 군사동맹체제인 '오커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호주의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이전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호주가 77조원 규모의 프랑스산 디젤잠수함 구매 계약을 취소하게끔 해 동맹국인 프랑스를 분노하게 했다.

왜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핵추진잠수함 기술이전을 호주에 공급하는 결정을 했는가? 특히 이런 결정이 호주로 하여금 프랑스산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하게 하고 이는 결국 미국과 프랑스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 분명함에도 왜 미국은 호주에 대한 기술이전을 강행했나? 미국이 의도적으로 프랑스에 피해를 주고자 하는 의사는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호주의 잠수함 역량 강화의 시급한 필요성이 결과적으로 프랑스에 피해를 주는 것보다 중요했다. 즉 디젤잠수함으로는 팽창하는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미국 패권의 현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팽창하는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 중국은 최남단인 하이난다오(海南島)에 건설된 잠수함기지에 수십 척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전략잠수함과 핵추진 공격잠수함 등을 배치하며 남중국 해역의 통제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여 군사기지화했으며 두 척의 항공모함과 300척 가까운 전투함 등으로 미국의 해양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해양팽창을 방치할 경우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항로의 통제권은 중국이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유럽에서 한국, 일본, 호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향하는 모든 상선은 언제든 중국의 통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서태평양 해역에서의 통제력 상실과 아시아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팽창에 대해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봉쇄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오바마정부는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며 전체 미국 군사력의 60%를 아시아에 배치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정부는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는 추진체로 미국, 호주, 인도, 일본이 참여하는 쿼드(QUAD)체제를 구축했다. 바이든정부는 트럼프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을 한층 강화하는 '중층적 중국봉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정부의 중국 견제의 중심 주체는 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쿼드다. 바이든정부는 쿼드의 참여국가를 확대하는 '쿼드 플러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을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시킴으로써 중국에 대한 봉쇄를 전 세계적 범위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15일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로 구성되는 오커스동맹체제 결성을 발표하며 호주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8척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아시아지역에서 군비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도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폐지되었고 SLBM도 확보했지만, 핵추진잠수함 보유의 전략적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에 대한 미국의 기술이전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관옥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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