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릴레이 .29] 김가람 봉화 내일학교 자람도우미…가르칠 수 있는 용기

  • 김가람 봉화 내일학교 자람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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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9   |  발행일 2021-11-19 제14면   |  수정 2021-11-19 08:19

김가람

슬프게도 나는 학교 다닐 때 존경할만한 '스승'을 제도권 교육 안에서 만나본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교사가 셋이나 되는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교사를 꿈꾸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어떻게 풀릴지 알 수 없는 일이어서 대학교 졸업을 앞둔 여름, 대안학교의 여름 캠프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대로 그 학교에 눌러앉아 자람도우미가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받았던 교육이 근본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청소년도 자신의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마음속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하면서도 성공적인 삶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 교육계에서 '교사들의 교사'로 불리는 파커 J. 팔머의 책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진정한 의미의 교사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가르친다는 행위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지를 차분하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내가 있는 내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정원수업을 하면 자람도우미들도 함께 공부하며 정원을 만들고, 영화를 찍으면 배우나 스태프로 함께 참여하고,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하면 팀원으로서 함께 하는 문화가 있다. 그렇게 몇 해를 지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 나온, '진정한 배움은 커뮤니티 속에서 이루어지며, 참된 배움의 장 속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라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스무 해가 넘어가는데, 경천동지할 만큼 세상이 변한 그 세월 속에서도 학교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남아 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다르게 말한다면 '마음의 울림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김가람씨는 '북 릴레이' 다음 편에 김대중 경기연구원 박사를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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