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평생 우환

  • 원도혁
  • |
  • 입력 2021-12-01   |  발행일 2021-12-01 제27면   |  수정 2021-12-01 07:17

'하루 우환은 아침술이요, 일년 우환은 쓴 장맛이요, 평생 우환은 성질 사나운 배우자다.' 우환과 관련해 가장 실감있게 와닿는 격언이다. 우환(憂患)은 '근심이나 걱정 되는 일' 또는 '집안에 병자가 있어서 겪게 되는 근심'을 뜻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오지 않고 피해가기를 바라는 나쁜 상황이다. '우환'은 이른바 '기피 단어'인 셈이다. 한평생을 우환없이 화평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이 격언은 누가 만들어냈는지 정말 놀랍다. 치밀한 간파에 의한 적확한 지적이다. 하루 우환은 자신의 의지로 피해가면 된다. 쓴 장맛도 시행착오를 거쳐 다음에는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평생우환은 잘못된 선택의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배우자가 그 정도 성격의 소유자인 줄 몰랐다면 어쩔 수 없다. 정 못견디겠다면 이혼으로 벗어날 수는 있지만 '혼인은 인륜지대사'여서 이혼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배우자의 성질이 사납고 더러운 줄 알면서도 결혼했다면 후회 막급이다. 그 판단 미스의 대가를 일생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만약 평생 우환을 지니게 되었다면 어쩔 것인가. 달리 도리가 없다. 성질 사나운 배우자로 인해 삶에 애로가 많더라도 대범하게 처신하며 살아갈 수밖에. '마음이 크면 백사(百事)가 다 통하고, 마음이 작으면 백사가 다 병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지나치게 조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과감한 것이 더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운명의 신은 여신이라 이 여신을 정복하려면 힘으로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결혼이란 2인 3각 같은 것이라고 했다. 서로 돕지만 그 때문에 비틀거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평생 우환도 대처하기 나름이다. 배우자의 횡포에 긍정적으로, 진실하게 응한다면 뭔가 위안이 있지 않겠는가. '당신은 무슨 목적으로 인생을 사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사랑하는 대상(가족·국가 등)을 위해 고생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원도혁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