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호모 헌드레드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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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3   |  발행일 2021-12-13 제27면   |  수정 2021-12-13 07:15

인류, 인간에 대한 명칭은 아주 많다. 똑바로 서서 걷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에렉투스에서부터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호모 에스페란스(희망을 가진 인간)·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 등등 다양한 용어가 인류 앞에 수식어로 붙었다. 시대 상황에 맞는 조합이다. 그런데 현생 인류에 적합한 수식어는 무엇일까?

현생 인류에 대한 수식어는 알다시피 한마디로 요약해 붙이기 어렵다. 휴대폰 없이는 못 사는 포노 사피엔스 정도가 현생 인류에 대한 또 다른 개념으로 가장 적확할 것 같다. 호모 헌드레드 역시 최신 개념이다. 인류가 100세를 사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류가 90세를 넘어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됐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간 수명 100세는 축복이자 재앙이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착실하게 회사를 다닌 뒤 퇴직하면 연금생활을 할 수 있다.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연금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만 건강하다면 축복이다. 직장생활은 안 했더라도 물려받은 재산이 있고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재산이 없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몸마저 건강하지 못하다면 긴 수명은 오히려 고통일 수밖에 없다. 죽지 못해 그저 목숨만 이어가는 연명이다. 우리 인간은 열심히 즐겁게 살다가 때가 되면 초연히 떠나야 한다고 선각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초연한 종말은 쉽지 않다. 생에 대한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죽음을 기피하고 두려워하자 누군가 일갈했다. "어찌하여 배불리 먹은 잔칫집의 손님처럼 기꺼이 떠나지 않는가?"라고.

중국 송나라 때 학자 주신중은 '인생 오계(五計)'론을 주장했다.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다섯 가지의 계획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오계는 생계(生計)·신계(身計)·가계(家計)·노계(老計)·사계(死計)라고 한다. 100세 시대 행복한 인생을 꾸려나가려면 이 오계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하니 새겨들을 일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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