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격려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을 믿고 소중히 여겨"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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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3 08:01  |  수정 2022-01-03 08:19  |  발행일 2022-01-03 제18면
자녀 의견·재능 존중하고 '너도 할 수 있다'는 믿음 전해야
과제 등 수행할때 간섭 금물…충고·지적은 오히려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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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방촌초등 3학년 학생들이 색깔 묻고 답하기 활동에서 친구를 격려하고 있다. 〈대구방촌초등 제공〉

어린 왕자는 많은 장미를 보면서 다른 장미보다도 자신이 물을 주고, 사랑을 주고, 정성껏 기른 장미 한 송이가 가장 가치 있고, 돋보이고, 소중하다고 느낀다. 자신의 장미가 다른 장미들보다 더 아름다워서 어린 왕자가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린 왕자가 그 장미에 사랑과 정성을 준 그 순간 그에게 특별한 장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자녀들도 부모에겐 모두 특별한 존재이고 가장 가치 있고, 돋보이고, 소중한 존재다. 자녀들을 어떻게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주저 없이 부모님의 '격려'가 자존감 높은 아이들을 만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격려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믿음이며 사랑입니다. 물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가 없듯이 어린 자녀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격려는 이 물의 역할과 같습니다. 자녀들은 자신의 마음속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에게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산도, 집도, 나무도 너무 자기의 마음에 꼭 들게 그려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작품을 엄마에게 보여줍니다. 부모님들은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너저분한 낙서에 불과한 그림을 자랑하는 아이가 너무 한심해서 어떤 엄마가 "너 이걸 그림이라고 그렸니"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 순간부터 아이는 자신의 그림 그리기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 가능성을 보고 온 가족이 환호하면서 기뻐하고 격려해준다면 이 아이는 훌륭한 화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녀를 격려하는 부모는 자녀 스스로의 가치와 역량을 믿도록 도와줍니다. 격려를 받고 자란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믿어주는 대로 자신을 믿게 되고 자신이 내리는 판단의 가치를 믿으며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자신에 대한 믿음은 높은 자존감의 뒷받침이 됩니다.

Q: 격려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격려란 자녀의 있는 그대로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며, 자녀 행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말해주는 것이고 자녀의 성공을 요구하기보다 노력과 향상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격려의 가장 밑바닥에는 부모가 자녀를 믿고 있음을 보여 주어 자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가치를 믿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믿음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믿음은 기대입니다. 믿음은 언어는 물론 몸짓으로도 전달되므로 자녀는 부모의 행동·몸짓·눈빛 하나에도 행복해지기도 하고 좌절을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부모님들께서 자녀가 어려운 과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믿으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전달됩니다. 그래서 자녀도 그 일을 해낼 자신의 능력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되며, 결국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게 되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녀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커집니다.

부모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형제간을 경쟁시키거나 비교하는 일입니다. 부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중에 자녀들 간의 경쟁을 야기시키기도 합니다.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비교는 자녀들 마음속에 '아픈 자리'를 크게 만드는 일입니다. 잘난 형제에게 비교당하는 자녀는 좌절감을 맛보고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부모에게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면 당연히 자신감과 자존감도 떨어집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자녀에게 부모는 때로는 과도한 욕심을 갖게 되고 비합리적인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자녀를 대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곱 살이 된 자녀가 냉장고에서 주스 병을 꺼내다가 깨뜨리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열 살 된 자녀가 자기 방을 말끔하게 치우기를 바라거나,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기를 바란다면 부모는 자녀에 대해 비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시험을 볼 때마다 자녀가 백점을 받기를 기대하고 그 기대를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말한다면 자녀는 숨이 막히도록 답답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도달 가능한 기준을 가지고 기대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비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자녀를 닦달하게 되면 무책임한 자녀를 만들고 말게 될 것이고 마침내 자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무능력함 보이기 행동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격려하는 부모는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자녀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자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녀가 한 일에 대해 수고했다는 마음을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전달해 준다면 자녀는 자기 자신에게 가치감을 갖고 자신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격려 받은 자녀는 생의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힘은 부모의 격려를 통한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옵니다. 마음껏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면서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즉 자신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Q: 격려하는 부모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나요.

A: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고자질 무시하기, 긍정적인 태도 보이기, 장점이나 노력·공헌에 관심 보이기,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책임감 부여하기, 점차적인 발전에 관심 주기 등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만일 자녀 스스로가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기를 원한다면 불완전한 상태의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께서 자녀의 발전을 돕는 방법이 그들의 단점을 강조해서 지적하는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충고와 지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자녀를 좌절하게 만들 뿐입니다. 자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려 할 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태도는 간섭하지 않는 것입니다. 간섭은 "너는 그 일을 올바르게 할 수 없어"라는 잠재적인 비난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기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어떤 일이나 조직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자부심을 느낍니다. 부모님께서 자녀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이런 재능으로 가족에게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줌으로써 자녀에게 스스로가 유익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몹시 키우고 싶어 하는 자녀에게 "네가 만일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키워도 좋아"라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자녀가 실패하거나 실수하더라도 지켜봐 주고 믿어 주셔야 합니다. 실패와 실수는 자녀의 가치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단지 나쁜 행동이 있을 뿐입니다.

자녀를 사랑한다는 표시로 안아주고 입맞춤하고, 어깨를 토닥거리며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격려입니다. 격려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격려를 받은 아이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도록 느낍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도움말=김형준 대구방촌초등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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