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엄마표' 영어 공부법…"영어 공부 시작은 부담없는 영어 그림책 읽기로"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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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0 07:41  |  수정 2022-01-10 07:48  |  발행일 2022-01-10 제13면
그림책에 CD 자료 포함…정확한 발음 도움 받을 수 있어
낱말카드 만들어 함께 읽고 빙고놀이 등으로 흥미 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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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영어 그림책 읽기 전 활동 중 하나인 '랜덤 책펴기' 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원어민만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를 바란다. 영어를 언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거나 엄마표 영어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영어 그림책은 어떤 식으로 읽게 하면 좋은지 등 우리 아이의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고 도와주면 좋을지 현직 초등학교 수석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3학년이 되어서 배우기를 시작하는 영어, 늦은 것은 아닐까요.

A: 언어는 일찍 배울수록 좋다는데 초등학교 3학년, 영어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학부모님이 많으시죠? 그런데 왜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영어를 1학년이 아닌 3학년이 되어서 처음 배우는 걸까요? 그것은 학생들이 외국어인 영어를 배우기 전에 모국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을 충분히 배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모국어를 충분히 배운 학생은 그것을 기반으로 외국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녀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님 중에는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거나 영어 학원에 보내서 영어를 지속적으로 접하도록 교육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릴 때 다양한 언어를 접하게 되면 모국어를 배우는 뇌가 활성화되어 자연스럽게 발음을 연습하게 되고, 문법체계를 내면화하여 나중에 발화할 때 자연스럽게 발화하고 이해하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부모님이 학생이 모국어의 어휘와 개념을 깊이 있게 익힐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학생의 타고난 성격이 언어를 습득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학생들은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서로 다른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외국어뿐 아니라 모국어를 배우는 데에도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학부모님은 영어유치원과 영어 학원을 통해 학생의 영어능력은 또래보다 높으나 한국어 능력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다시 한글 읽기 능력을 길러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초등 1~2학년 동안 한글교육을 충분히 하고 우리말로 된 쉬운 책을 많이 접함으로써 우리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간단한 낱말이나 문장을 바르게 쓰는 능력, 자기 의사를 우리말로 유창하게 말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영어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영어를 시작하는 시기보다는 시작하고 난 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오래 배우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모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Q: 엄마가 영어를 못 하는데 엄마표 영어 가능할까요.

A: 요즘은 영어를 가정에서 지도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아지면서 '엄마표 영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반면 영어에 자신이 없는 분은 '나도 영어에 자신이 없으니 학원 보내고 말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꼭 잘해야 학생이 잘 배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아이와 함께 영어를 배워보자'라고 마음먹고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아이들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매체로 영어그림책을 추천드립니다. 영어그림책은 그림이 아름답고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으며, 실제적이고 정선된 영어표현이 있어서 교육적 효과도 높을 뿐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학습 자료입니다. 영어그림책에 따라서는 CD 자료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엄마의 영어 발음이 나빠도 CD자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유명한 작가의 그림책은 대부분 유튜브 동영상에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동영상을 함께 보며 익힐 수 있습니다.

영어 그림책을 고를 때는 아이의 수준을 고려해서 어휘나 문장의 길이가 너무 길지 않고 아이가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몇 권 선정한 후 아이와 함께 읽을 순서를 정하는 등의 과정은 아이가 읽기에 더 주도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영어 그림책 읽기는 어떻게 진행하면 되나요.

A: 영어 그림책을 시작할 때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글자를 유창하게 읽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낱말이나 문장 읽기, 쓰기, 뜻 말하기 등을 하게 되면 학습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어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좋아하고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영어 그림책을 매개로 소통하며 이야기하고 책 놀이부터 시작하며 책과 함께 하는 즐거운 경험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읽기 전 활동-읽기 중 활동-읽기 후 활동으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읽기 전 활동의 목적은 영어 그림책과 관련된 아이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표지와 제목을 보며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보고, 그림에 대해 물어보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이야기하기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책 놀이로는 하나 둘 셋 하며 동시에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같은 페이지가 나오는지, 사람이 몇 명인지, 혹은 식물이 몇인지 등 조건을 정해서 게임처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 그림책에 새로운 낱말이 많은 경우는 낱말카드를 만들어 함께 읽어보고 뜻도 알아본 후 빨리 짚기, 빙고놀이하기 등 간단한 활동으로 중요한 낱말을 먼저 익히고 시작하면 읽기 과정에서 새로운 낱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읽기 중 활동은 유튜브 동영상 함께 보며 듣기-유튜브 동영상의 속도에 맞추어 그림책 넘겨가며 눈으로 읽기-그림책 넘기며 아는 낱말 찾아 줄긋기-부모님이 읽어주고 학생이 따라 읽기-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기-부모님과 아이가 번갈아가며 읽기-아이 혼자 읽고 어려운 부분은 부모님이 도와주기-등장인물의 마음을 생각하며 실감나게 읽기-운율과 박자를 느끼며 시처럼 읽어보기 등 아이의 읽기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읽되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해서 읽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읽기 후 활동으로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찾아보고 이유 이야기하기, 이야기의 마지막 바꾸어 이야기하기, 그림이나 만화로 표현해보기와 같이 아이가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영어 그림책을 학생이 내면화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다 읽은 영어 그림책은 따로 보관해두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꺼내 읽어보도록 해보세요. 이때 그 전보다 더 잘 읽게 된 낱말이나 문장이 있다면 칭찬과 격려를 해주면 아이도 배움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겠지요? 아이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도움말=이종윤 대구월배초등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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