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관계' 용법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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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4   |  발행일 2022-01-14 제23면   |  수정 2022-01-14 07:17

우리말 '관계(關係)'는 몇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 둘 이상이 서로 걸리는 일을 뜻한다. '그 팀은 어느 지역과 연고 관계에 있다'고 할 경우다. '건설 관계에 종사한다'에서는 '어떠한 부분'이나 '어떤 방면'을 의미한다. '우연히 만난 남녀가 관계를 맺었다'에서처럼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성적 교섭을 갖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관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계' 단어를 쓰는 용법이 어색하다는 말이다. 일례를 들면, 대구상공회의소 옆 휴식공간 화단 옆 수도꼭지에 붙은 안내문에 '동파 관계로 단수'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동파 우려로 단수' 혹은 '동파 방지 위해 단수' 정도로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병원 중환자실이나 분만실 입구에는 으레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글귀가 크게 걸려있다. 이 대목에서 어느 병원에서 있었다는 우스개 한 토막이 생각났다. 만삭이던 아내가 병원 분만실에서 출산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성격 급한 남편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병원 분만실을 찾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려다가 간호사에게 제지를 당했다. 간호사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보세요! 여기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 안보여요?"라고. 그런데 이 남자의 대꾸는 너무나 당당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내가 바로 관계자요"라고 답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관계'와 관련된 여러 용법들은 다양하다. 관계관(關係官)은 어떤 특정한 일에 관계되는 공무원을 말한다. 관계 망상은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모두 자기에게 관계 지으려는 생각을 의미한다. 사실이 아닌데도 남들이 자기 흉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따위를 관계 망상(關係 妄想)이라 칭한다. 우리말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평가받고 있다. 단 우리말을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활용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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