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40일간의 여의도 예산 전쟁

  • 김승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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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7   |  발행일 2022-01-17 제25면   |  수정 2022-01-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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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국회의원 (국민의힘)

2022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는 2021년 10월25일 성남 대장동 특검 수용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12월3일 최종 수정안이 의결되기까지 딱 40일이 걸렸다. 예산안 심의기간 중 국회의 모습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 빠졌거나 부족한 사업예산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추가로 반영시키기 위해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실무자에서부터 기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찾아온다. 심지어 시·도의 예산팀들은 예산 심의기간 아예 의원회관의 지역 출신 국회의원 사무실에 캠프를 차리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관리한다.

2022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필자는 국민의힘 대구지역 의원을 대표해 예산결산특위 소위위원에 선임되어 예산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고, 내 사무실에는 대구시 예산팀의 캠프가 꾸려졌다.

대구시는 투자사업 국비 예산 4조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2010년 3조원 시대를 연 이후 10년 이상 3조원대에 머물렀고, 이번 정부안에는 3조7천940억원밖에 담지 못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천억원 이상의 증액이 필요했다. '거의 불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구 부시장 시절 4조원 돌파를 못했던 아쉬움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구시 직원들과 원팀으로 뛰었고 그 결과 기적같이 최종 4조133억원을 확보해 대구시 최초 국비 사업예산 4조원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이번에 4조원 시대를 개막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예산 확보과정에서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들 간에 활발한 공조체계를 운영한 것이 큰 힘을 발휘했다. 시 공무원들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상임위별로 역할분담을 해서 해당 부처 장차관과 면담이나 전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자료를 전달하고 필요성을 설득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밤낮없이 주말까지도 신속하게 뒷받침해 준 대구시 예산팀과 사업부서 직원들의 노고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2022년도 대구시 국비 사업예산은 그 내용면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사업들이 많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건립 예산 525억원을 확보해 개원에 탄력을 받게 되었고,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예산도 400억원을 증액시켜 대구-경북 초광역 협력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의료기술시험연수원 건립, 물산업 유체 성능시험센터 건립,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예산 등은 대구시의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이 외에도 기재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던 한국전쟁 전선문화 콘텐츠 발굴 보전 사업과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인프라 기본계획 연구용역비도 국회심의 과정에서 반영돼 문화도시 대구의 위상을 한층 더높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성과가 있는 반면 아쉬움도 있다. 국회 예산 심의기간 중에 예산소위 위원인 제 의원실에는 많은 지자체장들이 찾아왔고 세 번이나 직접 방문해 지역사업을 설명한 호남지역의 시장도 있었던 반면 대구경북 단체장들은 거의 오지 않았다.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줄 미래 신산업 예산도 우리지역이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였다. 예산은 정치과정이라고 했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줄다리기처럼 밀고 당기는 싸움이다. 끝까지 버티고 당기는 사람이 이기고 더 많은 예산을 가져간다.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이슈가 있는 새해에는 우리지역 공직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예산확보에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
김승수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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