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얼굴을 경영하라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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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7   |  발행일 2022-01-17 제26면   |  수정 2022-01-17 07:17
중년에 진학한 '얼굴경영과'
좋은 인상 만들기 위해 지원
사는 대로 형성된 것이 인상
인생의 흔적 얼굴에 새겨져
마음과 행동 바르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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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수화기 너머로 "통과하였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법시험 합격을 알려주던 목소리보다 더 반가웠다. 기대가 전혀 없었을 때 합격의 기쁨이 훨씬 큰 법이다. 50대 중반에 다시 대학진학에 도전한 것은 순전히 대한변호사협회장을 한 덕분에 생긴 자투리 시간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률전문가 단체의 대표로서 각종 토론회나 공청회 참석도 있지만, 변호사 직역과 관련된 법률안들 때문에 일주일에도 몇 번씩 국회를 가야 한다.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설명하면 딱 좋으련만 갑과 을의 관계가 어디 그런가. 심지어는 9시7분까지 오라는 국회의원도 있을 정도였다.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이동시간은 교통 상황에 따라 편도로 40분에서 1시간30분까지 다양하다. 매번 다른 일로 방문한다면 가는 차 안에서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정신없겠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내용으로 만나는 대상만 바뀌는 일정인지라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러던 중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신·편입생 모집 e메일을 받았다. 국내 인상학 1호 박사인 주선희 교수의 "관상이 생긴 대로 사는 거라면, 인상은 사는 대로 만들어진다"라는 과거 인터뷰가 떠올랐다. 깡마르고 길쭉한 얼굴의 링컨 변호사도 수염을 기른 후 대중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준 덕분에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는데, 좋은 인상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지원했다. 온라인 강의여서 왕복하는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한 교시 수업 정도는 족히 들을 수 있었고, 코로나19에도 지장이 없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활은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 때문에 매캐한 최루탄 냄새 속에서 시위와 수업거부를 반복했던 기억이 많았다. 그런데 50대 중반의 두 번째 대학 생활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오히려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주말은 물론이고 저녁 모임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아 온라인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때론 '이 나이에 무슨 짓인가'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나름 공부는 자신 있었는데, 과제물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고 출장 등으로 인하여 정해진 날짜에 시험을 치르지 못해 F학점을 두 번이나 받는 좌절감도 맛보았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다고 3학년으로 편입했는데, 이러다가 4학년을 전부 다닐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밀려올 때쯤 졸업앨범을 촬영하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졸업이라니. 주경야독의 보람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늦깎이 대학 졸업생들이 얻는 가장 큰 소득은 학위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성실하였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얼굴을 경영한다는 것은 좋은 인상을 갖기 위해 마음이나 생각, 행동 등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얼굴경영에 성공한 링컨 대통령께서도 "40대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가 살았던 1800년대의 40대라면 평균연령으로 비교해 볼 때 현재로는 인생의 정점 혹은 어느 정도 정리에 들어가는 시점일 것이다. 그맘때가 되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흔적이 얼굴에 모두 새겨져 있으니 좋은 인상을 만들라는 말이다.

지금은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한다니 이제부터라도 좋은 마음과 행동으로 얼굴을 제대로 경영해야겠다. 참고로 이 글을 읽고 관상 한번 봐달라는 연락을 쉽게 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변호사가 상담해주는 얼굴경영 컨설팅비는 '따블'이다. 아,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걸 보니 나는 아직도 심상(心相)이 부족한가 보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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