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TK 심장 없이 대선 승리 불가능하다

  • 임호
  • |
  • 입력 2022-01-19   |  발행일 2022-01-19 제26면   |  수정 2022-01-19 07:21
서울 가신 오빠 소식도 없고
확실한 한 방 없는 공약 난무
TK 절대적 지지 없인 불가능
우리 스스로 자존감 가져야
지역 키울 후보에게 표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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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 윤석열 당시 대선 경선 후보가 대구 수성못을 찾았다. 그를 환호하는 시민들을 위해 단상에 올랐고, 이때 지역의 한 국회의원이 윤 후보에게 물었다.

"후보님, '오빠 생각'이라는 동요에 보면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중략)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중략)'라는 가사가 있다. 대구시민들은 윤 후보를 위해 열심히 뛰어 대통령에 당선시켜 주면 나중엔 (지역 발전을)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절대 그럴 일 없다. 자주 찾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죽어서 묻힐 곳"이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과연 TK(대구·경북)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 지역민들이 많다. 최근 대선 후보마다 다양한 TK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눈에 확 띄는 '한 방'이 없다. 이 때문에 시·도민들은 결국 대선 유력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구경북을 'One of Them'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대선 후보에 대해 열렬한 애정과 의심의 눈초리를 동시에 보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느 정권도 TK 발전에 발 벗고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기간이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유력 대선 후보자들은 TK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마치 대통령이 되면 TK에 무엇이든 다해줄 것처럼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이 같은 희망은 신기루가 되어 버렸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수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TK의 GRDP(지역내총생산)가 항상 전국 최하위권을 맴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필자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그 누구도 TK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정권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TK의 뜨거운 심장 없이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구(80.14%)와 경북(80.82%)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TK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표차는 201만7천260표였다. 전국 득표율이 박근혜 후보(51.55%), 문재인 후보(48.02%) 간 불과 3.53%포인트(108만496표)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TK의 압도적 지지가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시간을 되돌려 지난 17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TK에서 180만표가 넘는 압도적 득표를 발판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역대 대선에서 TK가 핵심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TK가 왜 대선후보에게 애걸복걸해야 하나. TK 없이 대선 승리도 불가능한데.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그냥그냥 보수니깐, 진보니깐 별 생각 없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줘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TK의 획기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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