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연 原電에 힘 실은 文 대통령, 대선 목전 말치레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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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1   |  발행일 2022-03-01 제23면   |  수정 2022-03-01 07:04

원전산업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힘들다. 임기 내내 탈원전을 밀어붙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원전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돌연 말을 바꿔 많은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주재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동이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이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한울 1호기는 당초 2017년 6월에 상업운전을 할 예정이었는데 지금까지 막더니 갑자기 생색을 내는 모양새다. 야권에서 "실패는 인정하기 싫고, 대선 국면에서 탈원전 정책이 심판대에 오를 것 같으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것인가"라며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것이 무리한 비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빚어진 원전 생태계 붕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국가의 산업계가 현재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고, 전문가들이 나라를 떠나는 상황이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지금 당장 에너지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선은 원전 발전 비중을 늘리려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하루빨리 재개하고 기존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두 가지 조치가 필수적이다. 국내에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총 24기(수리를 위해 일시 중단한 원전 포함)다. 이 중 고리 2호기 등 10기의 원전 설계 수명이 2030년까지 차례로 만료된다. 세계 원전 보유국들이 노후 원전의 90%가량을 운영 연장을 통해 계속 돌리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 중인 원전을 차질 없이 완공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까지 연장하면 무려 124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원전에 힘을 실은 문 대통령의 언급이 대선을 앞둔 정치적 '립 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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