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뉴노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환경

  •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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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1   |  발행일 2022-03-01 제22면   |  수정 2022-03-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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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코로나19로 생활 전반에서 여러 변화를 맞닥뜨리고 있는 가운데, 클라우드 기반 화상 회의 서비스인 줌(Zoom) 사용이 대폭 늘어난 것은 눈에 띄는 큰 변화 중 하나다. 이제 학교 수업이나 업무뿐 아니라 크고 작은 모임까지 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단체 활동을 하거나 공연을 즐기는 등 코로나 이전의 사진과 영상이 낯설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모임이 어느새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지방에 있는 나는 서울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시간대의, 같은 주제라도 세분화된 워크숍이나 강좌를 접할 때마다 여러모로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 시간이나 교통비, 여건을 생각하면 고민조차 허락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힘들어지자 여러 강좌가 줌을 활용한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고 신설되기도 했다. 나는 줌을 통해 듣고 싶었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줌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면 PC나 스마트 기기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지역과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녹화된 강의나 문자 위주의 배움과 소통이 아닌, 실시간 양방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환경으로써 줌은 기능한다. 각자의 장소에서 가능해진 줌 모임은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참여자 개개인의 장소는 구성원이 함께하는 공간의 일부가 되면서 줌 안에서 공간의 확장과 분할을 동시에 경험한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나는 음성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줌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의 협력은 물론 어느 정도 방음이 가능한 크기의 집과 문을 닫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줌으로의 공간 확장은 참여자의 개별 장소에서 공간 분할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줌은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되는 편이를 제공하지만 참여자 각자에게 개별적인 공간을 요구한다.

2020년 3월 등교가 전면 중지된 것을 시작으로 수업의 많은 비중이 온라인 및 가정 학습으로 대체됐다.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기의 유무에 따라,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옆에서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학습 태도를 지도해 줄 보호자의 유무와 각 가정의 여건에 따라 새로운 교육 환경 아래 모두가 평등하지만은 않은 상황에 놓인다. 스마트 기기와 PC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자 또한 배움과 새로운 매체 경험이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비대면 모임과 학습에 참여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의 수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신학기를 앞두고 있다.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설렘과 긴장이 역력한 눈빛들을 학교 근처 문구점에서 보았다. 지식 습득을 넘어 우정을 나누고 규칙을 익히며 스승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한 것이 여전히 '학교'라는 공간에, 오프라인 공간에는 존재한다. 축소된 모임 인원 구성이 자연스러워져 가지만 그럴수록 공간과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빚어내는 온도를 우리는 필요로 한다는 걸 지난 2년을 통해 체득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통과 배움은 점점 더 활성화될 것이다. 변화된 환경과 배움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살피는 일에 주력하며 비대면 모임의 장단점을 살펴 보완해나간다면 다양한 배움의 기회와 공동체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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