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캠퍼스의 봄

  •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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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4   |  발행일 2022-03-14 제25면   |  수정 2022-03-1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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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3월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교육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대학의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에 따라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일부 강좌를 제외하고는 줄곧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오던 대학이 이번 신학기를 맞아 대부분 대면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이미 지난 학기부터 대면수업을 진행한 학교도 있지만, 필자가 출강하는 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지난 2년간 인적이 드물어 썰렁하기만 했던 캠퍼스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새 봄에 어울리는 생동감과 풋풋함이 되살아나며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물론 건물 입구마다 설치된 방역장치와 강의실 안 투명 칸막이는 코로나 이전과는 사뭇 다른 학교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등교한 학생들의 눈빛엔 새 학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 보인다.

개강 당일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첫 수업에서 수강생들에게 친구가 좀 생겼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시선이 마주친 학생 몇몇이 아쉬운 듯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이 짠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입학한 일명 '팬데믹 세대' 학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은커녕 과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2020년도 입학생은 벌써 3학년이, 2021년 입학생은 2학년이 되었다. 말하자면 새내기로서 대학시절 누릴 수 있는 그 흔한 MT나 동아리 활동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대학생활의 절반 내지 1/4을 보내버린 셈이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모처럼 교환학생으로 온 유학생들도 유학기간 내내 비대면 수업을 받느라 기숙사의 룸메이트 이외에는 거의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 채 귀국한 학생들도 있다. 작년에 면담한 일본 유학생 한 명은 기숙사 룸메이트가 유럽에서 온 학생이라 늘 둘이서 다니다 보니 한국어를 배울 기회보다는 영어를 쓸 기회가 더 많았고 한식을 먹을 기회도 별로 없었다고 했다. 모처럼 한국을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대학은 단순히 전문지식이나 학문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캠퍼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경험을 통해 학문을 배우는 것보다 더 값진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의 대학시절을 되돌아보더라도 그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스승과의 인연도 매우 깊었다. 그러한 인연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삶의 순간순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이자 평생 동안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세대'의 학생들은 어쩌면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될 수도 있었을 기회의 절반을 날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학기를 맞아 오랜만에 교단에 선 한 사람으로서 학생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마주하면서 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은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이 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고민에 사로잡힌다.

지금도 여전히 하루에 한두 건씩 코로나에 걸렸거나 자가격리자가 되어서 출석하지 못한다는 메일이 오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이들이 아름다운 청춘의 한때를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정원에는 매화도 피고 산수유도 앞다퉈 피어나고 있는데, 부디 캠퍼스를 누비는 저 청춘들에게도 낭만의 꽃이 만개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박승주 대구경북학연구센터 대구읽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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